정진석 "민심을 이기는 장사는 없다" 우병우 사퇴 거듭 촉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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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당 대표 및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 간담회에 참석해 정진석 원내대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박종근 기자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24일 "민심을 이기는 장사는 없다"며 우병우 민정수석의 사퇴를 거듭 요구하고 나섰다. 청와대가 "부패 기득권 세력과 좌파 세력의 '대통령 흔들기'에 굴복하지 않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여당 원내사령탑이 나홀로 반기를 드는 모양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이날 새벽 자신의 페이스북에 "나라가 온통 대통령 민정수석의 진퇴, 특별감찰관의 직무에 부적합한 언행으로 논란"이라며 "저는 이 두사람이 대한민국 법치를 무너뜨리고 있다는 위기감을 갖는다"고 썼다. 이어 "민정수석과 특별감찰관은 대단한 고위직 공직자지만, 주권자인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하찮은 존재"라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는 "선출직 공직자든, 임명직 공직자든 임명권자는 국민"이라며 "‘나는 임명직이니 임명권자에게만 잘 보이면 그만이다’는 생각은 교만"이라고도 말했다. 그러면서 "주변에서 '민정수석이 그렇게 센 사람이냐', '특별감찰관이 그렇게 대단한 자리냐'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며 "이 두 사람이 대한민국 법치를 무너뜨리고 있다는 위기감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정 원내대표는 18일 "우병우 수석이 직책을 계속 한다는 것은 법리상, 국민정서상 불가하다"고 주장했고, 19일에는 기자들에게 "민정수석 신분을 갖고 어떻게 검찰에 가서 조사를 받느냐"면서 "지극히 상식적인 이야기를 한 것이다. 나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고 새누리당 대다수 의원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에 이어 당내 비박계 중진의원들도 이날 정 원내대표를 지원하고 나섰다. 이날 오전 새누리당사에서 열린 최고·중진의원 간담회에서 비박계 주호영 의원은 우 수석 문제를 언급하며 "이기고도 지는 게임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주 의원은 "우리가 민심만 보고 가야하는데 당이 민심을 제대로 보고있는지 걱정이 앞선다"며 "당정청이 협력할 때가 있고 (각자의) 목소리를 내야할 때가 있는데 지도부에서는 그런 점을 숙고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나경원 의원도 "당이 질서있게 움직이는 것도 좋지만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내는 것도 중요하다"며 "최근 일련의 인사와 관련한 여러 문제에 대해서는 안타깝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우 수석 문제를 비롯한 당청관계를 간접적으로 지적했다. 비박계인 강석호 최고위원도 "정부와 여당관계에서 쓴소리와 단소리를 다해야 다의 역할을 다 하는 것"이라며 "그 점을 열심히 잘 하겠다"고 전했다.

이 같은 발언이 이어지자 이정현 대표는 "당 대표로서 쓴소리를 하느냐, 얘기를 제대로 하느냐고 말하는데 저는 이렇게 말씀드린다"며 "벼가 익고, 과일이 익는 것은 보이는 해와 구름, 비도 있어야 하지만 때로는 보이지 않는 바람의 작용도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어떤 일이든지 즉석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무르익는 과정이 필요한 것이 있다"며 "그런 점을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채윤경 기자 p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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