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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차도 배출가스 조작 의혹…QM3로 불똥 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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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폴크스바겐의 ‘디젤게이트’ 후유증이 채 가시지 않은 가운데 프랑스 르노자동차가 배출가스 조작 의혹에 휩싸였다.

“시험·정상주행 때 배출가스량 달라”
FT, 프랑스 정부 고의 누락 의혹 보도
호흡기 질환 유발 질소산화물도 검출
국내 판매 QM3와 같은 공장 제품
르노삼성 측 “내연기관은 다르다”

로노차 배출가스량이 시험주행과 정상주행 때 각각 달랐는데 프랑스 정부가 이 내용을 일부러 뺐다는 것이 골자다. 의혹이 제기된 르노 차종이 한국에서 ‘QM3’로 판매되고 있어 국내에도 어떤 영향이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프랑스 정부가 지난달 말 발표한 르노의 배기가스 시험 보고서에 중대한 사안이 누락됐다는 증언이 나왔다고 23일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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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에 참가한 외부 조사위원회 위원 17명 중 3명은 “르노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르노캡처’가 배기가스 시험 때와 정상 주행 때 배출되는 질소산화물의 양이 달랐다”고 증언했다. 이어 시험 당시 르노캡처의 질소산화물을 5배 빨리 밖으로 내보내 평상시 주행 상태보다 훨씬 적게 배출되게 했다고 전했다. FT는 이를 근거로 르노 지분 20%를 보유한 프랑스 정부가 이 회사에 지나치게 관대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프랑스 환경부는 지난해 9월 폴크스바겐 사태가 불거지자마자 전세계 디젤차 86종에 대해 배출가스 시험에 돌입했다. 프랑스 자동차는 배출가스 조작과 무관하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서다.

조사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르노 일부 차종이 유럽연합(EU) 기준치의 9~11배에 이르는 질소산화물(NOx)을 배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질소산화물은 호흡기 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대기오염 물질이다. 조사위원들은 이런 내용들이 보고서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폴크스바겐의 디젤게이트도 질소산화물 배출량 조작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파장이 커질 수 있는 부분이다. FT는 르노가 조작 장치를 사용했다는 증거는 아직 없다고 전했다.

다만 조사위원들은 “르노가 최소한 특정 조건을 목표로 질소산화물 필터를 최적화한 것으로 보인다”며 “추가 조사를 통해 왜 차량들의 배출가스량이 공식 검사 때와 평상시가 다른 지 밝혀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EU의 기준을 가장 크게 위반한 차종은 ‘피아트 500X’로 실제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실험실 수치의 19.7배에 달했다”면서 “르노도 가장 심각한 축에 들었다”고 전했다. 르노캡처는 지난 2013년 르노삼성이 QM3라는 이름으로 국내에 출시했다. 중형 SUV보다 작지만 알찬 실내 공간과 유럽풍 디자인으로 호평을 받았다. 특히 연비가 L당 17.7㎞에 달해 지난해 국내에서만 2만4560대가 팔렸다.

문제는 QM3가 캡처와 마찬가지로 전량 르노 스페인 공장에서 생산해 들여온다는 점이다. 르노삼성차 측은 23일 “배기가스 조작은 사실이 아니다. 또 QM3가 캡처를 기반으로 한 차는 맞지만 완전히 같은 차는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실제 QM3는 길이·폭·넓이·높이 등 캡처와 차체는 같지만 내연기관까지 동일하진 않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유럽 인증과 한국 인증이 달라 한국에 들여올 때 엔진·연비를 조정하는 등 많이 바꾼다”며 “지난해부터 환경부가 유로6 기준을 적용하면서 고온이나 에어컨 작동시에도 배출가스 기준을 충족하도록 권고했는데 QM3는 이 권고사항까지 엄격하게 지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만약 캡처에 배기가스 조작 장치를 적용했다면 한국에 들여올 때 이 부분까지 바꾸진 못했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다수 의견이다.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외국에서 만든 차를 수입할 경우 한국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르노 본사는 이날 보도에 대해 “이미 지난 1월 소프트웨어 오류에 따른 배출가스 문제로 차량 1만5000대를 리콜했다”며 조작 소프트웨어 사용 의혹을 일축했다.

이소아·김기환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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