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태영호 망명에 현지 탈북민 '물밑 도움' 있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기사 이미지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태영호 공사(왼쪽)가 지난해 11월 런던에서 레닌의 공산정권 수립 98주년을 맞아 영국 공산당 당원에게 강연하고 있다. [사진제공=유튜브 캡처, 중앙포토]

영국 주재 북한 대사관에서 근무하다 망명한 태영호(55) 공사의 탈북 과정에 현지 탈북민들의 ‘물밑 도움’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2005년 탈북해 2007년 영국에 정착한 김주일 국제탈북민자유민연대 사무총장은 22일 “한국과 영국의 정보 당국이 태 공사가 밝힌 망명 의사의 진위를 판단하는데 현지 탈북민들의 조언을 구했다”고 말했다. 김 사무총장은 “북한 출신이라는 입장에서 태 공사의 망명 의사의 진실성을 확인해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 탈북민들은 태 공사가 안전하게 대사관에서 몸을 피하는 방법 등에 대해서도 조언했다고 한다.

영국 현지에 체류 중인 탈북민들은 공식 비자와 영주권, 시민권 소유자를 합쳐 600여명에 이른다. 이들 중 상당수는 영국에서 북한 인권 관련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고 김 사무총장은 전했다.

탈북민들은 태 공사 가족이 비행기를 통해 영국을 빠져나온 당일 이송 과정에도 직접 관여한 것으로 보인다. 김 사무총장은 “태 공사가 비행기에 탑승하기까지의 과정에서 탈북민들의 도움이 있었다”면서도 “현지 탈북민들의 신변 노출 등을 고려해 구체적 내용은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탈북민들 중 일부가 공항에서 북한 기관원들의 감시망을 살피거나 북한 대사관 앞에서 인권 관련 집회를 개최해 북측 인사들의 시선을 분산시키는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 사무총장은 “태 공사는 현지 탈북민들이 자신을 도와줬다는 사실을 모를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단독] 북 빨치산 가문 첫 귀순 외교관 태영호 공사 "체제 염증, 자녀 장래 고민"
② "아이 하나 잃어버려 난리랍니다"…이영종 기자의 '태영호 탈북망명' 특종기



한편 태 공사의 망명 경로와 관련해 김 사무총장은 “영국에서 바로 한국으로 들어간 것으로 알고있다”고 말했다. 태 공사의 망명 과정에서 영국 정부의 역할에 대해서도 “영국정부의 협조 내용은 공항까지 태 공사의 신변을 보호해준 것과 여권이 없이도 한국행 비행기를 탑승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말했다.

서재준 기자 suh.jaejoo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