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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메이카 피는 못속여, 일본육상의 혼혈선수 아스카 캠브리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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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올림픽 남자육상 400m 계주에서 은메달을 딴 뒤 동료와 얼싸안고 기뻐하고 있는 아스카 캠브리지 선수(왼쪽). [마이니치 신문 홈페이지 캡처]

리우 올림픽 남자육상 400m 계주 결승에서 미국을 꺾고, 은메달을 획득한 일본 육상. 

아시아 육상의 자존심을 세워준 쾌거라는 평가다. 일본 남자육상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도 이 종목에서 동메달을 땄었다.  

가능성 있는 종목에 대한 장기적인 투자와, 영리한 바통 패스 전략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이 모든 걸 가능케해 준 특급 선수가 있었으니, 바로 아스카 캠브리지(23)다. 역대 일본 최강의 육상팀이라 불리는 이번 계주팀에서 그는 핵심적인 존재다.  

검은 피부와 곱슬머리의 외모에서 알 수 있듯 그는 혼혈 선수다. 일본인 어머니와 자메이카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우사인 볼트라는 걸출한 스타를 배출한 육상 강국 자메이카의 피를 이어받았다. 180㎝, 77㎏의 탄탄한 체격을 지녔다. 

캠브리지 선수는 2살 때까지 자메이카에서 살다가 일본으로 이주했기 때문에, 자메이카에 대한 기억이 없다고 한다. 

어릴 때부터 일본에서 자라났기 때문에 외모만 조금 다를 뿐, 뼛속까지 일본인이라 해도 무방하다. 

중학교 때 육상을 시작한 그는 2013년 동아시아대회 200m에서 우승하며, 두각을 드러냈다. 

니혼대학 졸업 후, 2014년 자메이카에 육상 훈련을 하러 갔을 때 자신의 체격이 육상선수를 하기엔 왜소하다는 사실을 절실하게 깨달은 뒤, 본격적으로 몸 만들기에 들어갔다고 한다. 

이후 체계적인 훈련을 거친 결과, 지난 5월 일본 국내대회 100m 예선에서 자신의 최고기록인 10초10을 주파했다. 

이번 리우올림픽에선 100m와 400m 계주에 출전, 400m 계주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번 대회 결승에서 자메이카의 우사인 볼트에 이어 2위로 골인한 캠브리지는 "바통이 우사인 볼트의 몸에 닿았던 순간, 아찔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지금까지의 100m 레이스 중 가장 짧게 느껴졌다"며 "경기 후 동경의 대상이자, 따라잡을 목표이기도 한 우사인 볼트로부터 축하를 받아 무척 기뻤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은메달을 획득할 수 있었던 요인에 대해 "합숙 훈련할 때부터 기록이 좋게 나왔다. 멤버 각자의 힘이 합쳐진 결과"라며 "결승에 앞서 선수들끼리 이번에 가능성이 있으니, 반드시 메달을 따서 고국에 돌아가자고 의기투합했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그의 소속사는 캠브리지 선수가 100m를 9초대에 주파하면, 1억엔(약 11억원)의 보너스를 주겠다고 선언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정현목 기자 gojh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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