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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파원J] '마라도나는 냄새 맡는 개' 브라질의 인기 응원가 들어보니

중앙일보

입력

톡파원J 김기연 대학생기자입니다.

17일(현지시간) 열린 브라질과 온두라스의 올림픽 축구 4강전 경기를 보러 브라질 축구의 성지 마라카낭 스타디움을 찾았습니다. ‘침대 축구’로 우리나라를 힘들게 했던 온두라스를 브라질은 6대0 이라는 압도적인 스코어로 제압하고 결승에 진출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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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브라질과 온두라스의 올림픽 남자 축구 4강전이 열렸던 마라카낭 경기장. 김기연 대학생 기자

경기가 끝나고 현장은 축제분위기였습니다. 브라질 축구는 최근 메이저대회에서 실망스러운 성적을 냈었는데요. 올림픽에서 간만에 이룬 좋은 성과가 정말 반가웠나 봅니다. 경기장 밖으로 나오는 내내 브라질을 연호하는 구호와 응원가가 끊임없이 흘러나왔습니다.

응원가 중에서 사람들이 유난히 많이 부르던 노래가 있었습니다. 경기 시작 전부터 경기장 밖으로 나가기까지 너무 많이 들어서 환청이 들릴 정도였어요. 무슨 노래인지 궁금해져서 브라질 팬에게 노랫말과 뜻을 물어봤습니다. 알고 보니 아르헨티나의 축구 영웅 마라도나를 비하하는 노래였습니다.

“mil gols(X5) so Pele(X2) Maradona cheirador”(밀골~ 밀골 밀골 밀골~. 소 펠레, 소 펠레. 마라도네 체이라도)

노래 가사를 해석해 보면요, ‘mil gols’는 축구에서 넣은 ‘1000 골’을 의미합니다. ‘so Pele’는 ‘오직 펠레’란 뜻이고요. 개인 통산 1281골을 기록한 브라질 축구의 전설, 펠레를 찬양하는 내용이죠.

‘cheirador’는 ‘냄새를 맡는 개’라는 뜻입니다. 특히 마약 탐지견을 의미하는데요. ‘Maradona cheirador’는 ‘마라도나는 냄새를 맡는 개’라는 뜻입니다. 마라도나가 과거에 마약에 손을 댔던 것을 조롱하는 내용이에요.

경기장에서 브라질 사람들과 함께 이 노래를 따라 불렀는데요. 노래 가사 뜻도 모른 채 아르헨티나 팬들 앞에서 불렀다면 큰일 났을 것 같네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사이의 신경전을 엿볼 수 있는 이 노래는 축구장뿐만 아니라 올림픽 경기장 어디에서나 들을 수 있습니다. 이번 경기에서처럼 아르헨티나와 상관없는 곳에서도 흥을 돋우기 위해 이 노래를 부르죠.

브라질과 스포츠에서 앙숙관계인 아르헨티나는 이번 올림픽에 출전하는 종목마다 브라질 국민들의 야유를 받고 있습니다. 게다가 이렇게 유치한(?) 노래로 자국의 축구 영웅이 조롱당하고 있어요. 아르헨티나에게는 이번 올림픽이 아주 곤욕스러운 대회가 될 것 같네요.

◇리우 취재팀=윤호진ㆍ박린ㆍ김지한ㆍ김원 중앙일보 기자, 피주영 일간스 포츠 기자, 이지연 JTBC골프 기자, 김기연 대학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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