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우병우 문제 넘어선 청와대 흔들기로 판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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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우 홍보수석은 19일 오전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언론 보도처럼 특별감찰관이 감찰 내용을 특정 언론에 유출하고 의견을 교환하는 건 중대한 위법행위이고 묵과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사진 김성룡 기자]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거취를 둘러싼 논란에 특별감찰관과 일부 언론사가 엮이면서 사태가 새 국면을 맞고 있다.

청와대 ‘우 수석 수사의뢰’에 강경
친박 “물러서면 레임덕 확산 우려”
이석수·특정 언론 공모 의구심
여권 일각 “이석수 정계진출 노리나”
대학·사시 동기 조응천 커넥션 의심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은 19일 오전 예정에 없던 긴급 브리핑을 열어 이석수 특별감찰관의 처신을 강력히 비판했다.

김 수석은 언론 보도를 통해 드러난 이 특별감찰관과 특정 언론 기자의 통화 내용을 거론하며 “특별감찰관의 본분을 저버린 중대한 위법 행위” “국기(國基)를 흔드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한마디로 이 특별감찰관이 특정 언론과 모의해 청와대를 궁지에 빠뜨렸다는 주장이다.

특별감찰관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대선 때 대통령 친인척과 측근 비리를 상시적으로 감시하겠다는 취지로 도입을 공약했던 기구다. 지난해 3월 취임한 이 특별감찰관은 그동안 뚜렷한 활동 실적이 없다가 이번에 우 수석 문제를 처음으로 특별감찰 대상에 올렸다. 하지만 첫 번째 특감에서 청와대와 큰 파열음이 나고 말았다.

청와대가 예상을 뛰어넘는 강경대응에 나선 건 이 특별감찰관이 애초부터 무조건 우 수석을 수사 의뢰하겠다는 의도를 가졌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이 특별감찰관이 특정 언론과 통화하면서 “(우 수석이) 버티면 우리도 수를 내야지. 우리야 그냥 검찰에 넘기면 되지”라고 말한 대목을 문제 삼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특별감찰관은 자기가 독립적인 조사를 해 문제점이 확인될 경우에만 수사 의뢰를 하라는 게 취지이고, 그 때문에 엄격히 감찰 내용에 대한 보안 유지 조항을 만들어 놓은 것”이라며 “자기가 확인을 못하는 내용까지 무조건 수사 의뢰하겠다는 건 의도가 불순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 특별감찰관이 제출한 수사의뢰서엔 새로운 내용은 하나도 없고 전부 기존 언론 보도를 짜깁기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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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응천

이날 여권 일각에선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특정 언론에 감찰 내용을 언론 플레이한 것은 정치권 진출 욕심이 있는 것 아니냐”며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과 서울대 법대 81학번-사법시험 28회 동기로서 커넥션이 의심된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조 의원은 기자와 통화에서 “이 특별감찰관과 대학 동창으로 친한 사이는 맞지만 우병우 수석 감찰과 관련해 전화통화 한 번 한 적이 없다. 청와대는 더 이상 ‘이석수 흔들기’를 하지 말라”고 반박했다.

청와대는 이번 사안이 단순히 우 수석 거취 문제가 아니라고 보고 있다.

한 여권 친박계 인사는 “박 대통령은 우 수석 논란을 단순한 비리 문제가 아니라 ‘청와대 흔들기’라는 의도가 개입된 사안으로 보기 때문에 여기서 물러서면 정상적 국정 운영이 어려워져 레임덕이 급속히 확산될 것으로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 주변에선 “특정 언론이 대통령 길들이기를 시도하는 거냐”는 말까지 나온다.

청와대 내에도 “우 수석 문제는 사법적으로 죄가 있느냐 없느냐의 차원을 이미 벗어났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도 뚜렷한 범죄를 저질러 교체된 게 아닌 만큼 민심 관리의 정무적 사고가 필요하다”는 기류가 없진 않지만 현재로선 힘을 얻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 우 수석 문제에 국한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강경대응론을 확산시키고 있다. 청와대 핵심 인사는 “이런 식이면 특별감찰관이 아무 수석이나 문제 삼아 일방적으로 수사 의뢰하면 그때마다 수석들이 물러나야 한다는 말이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이번처럼 특정 언론이 특별감찰관과 결탁해 언론 플레이까지 하는 경우엔 특별감찰관이 무소불위의 존재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글=김정하 기자 wormhole@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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