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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비 옥외가격표시제가 사교육비 낮출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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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박혜민 기자 중앙일보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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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혜 민
편집국 EYE24 차장

리우 올림픽의 감동 스토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눈에 띈 소식이 있었다. ‘학원비 옥외가격표시제’가 올해 전국에서 시행된다는 것이었다. 교육부가 발표한 이 제도는 학원 출입구 등에 수강료 내역을 게시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사교육비 경감과 학원비 투명화를 위한 조치라고 했다.

처음엔 ‘학원에 전화해서 수강료 얼마냐고 물어보지 않아도 되겠네’라며 반가운 마음이었다. 하지만 곧 생각이 복잡해졌다. ‘ 잘 가르치는 학원일수록 강의료가 비싸지 않을까’ ‘차라리 인터넷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해주면 좋을 텐데 ’ ‘괜히 보충수업만 늘어나는 거 아닐까’ 등의 의문이 솟았다.

교육부는 학원 밖에 수강료를 게시하면 수강료가 싼 학원을 쉽게 고를 수 있고, 자연히 학원비가 낮아질 거라는 생각인 듯하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

큰아이가 다니던 한 유명 영어 학원은 3개월 단위로 학원비를 계산했다. 한 달 치 학원비에 육박하는 비싼 교재비도 내야 했다. 학원을 한 달 만에 그만두고 남은 수강료는 환불받았지만 교재는 반납이 안 됐다. 두껍기만 한 그 교재는 결국 집 안을 굴러다니다 행방이 묘연해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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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박용석]

얼마 전엔 학원에서 수강료를 신용카드로 결제하려던 순간 벽에 붙은 시간당 수강료 표가 눈에 들어왔다. 지역 교육청과 합의한 분당 교습비를 표시한 것인 듯했다. 대충 계산해 봐도 월 단위 수강료가 더 비쌌다. “저건 뭐예요?”라는 질문에 당황한 직원, 갑자기 횡설수설하더니 저녁 늦게 전화해서 “학원비가 잘못 계산됐으니 다시 한번 결제해 달라”고 했다. 몇 만원 깎아준다는 얘기에 달려가니 “그런데 교재비는 현금으로 주셔야 해요”라고 했다. 결국 원래 수강료와 별 차이 없는 총액을 지불했다.

학원비라는 건 꽤 복잡한 구조다. 수강료가 낮아도 교재비를 비싸게 받을 수 있다. 정규 강의 외에 보충수업을 추가할 수도 있다. 게다가 비슷한 내용이라도 강사에 따라 수준이 천차만별인 것이 학원 수업이다.

고2 딸을 둔 친구는 “전형적인 전시 행정, 탁상 행정”이라며 “괜히 아이에게만 피해가 갈 것 같아 걱정”이라고 했다. 낮아진 학원비를 보충하기 위한 꼼수는 얼마든지 있다. 강의의 질을 떨어뜨리는 것도 그중 하나다. 강의 중 자습 시간을 늘리면 강사 한 사람이 두세 개의 강의도 할 수 있다.

‘에듀 푸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사교육비는 부모들에게 큰 짐이다. 그 짐을 덜어주겠다는 취지가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더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정책이어야 한다.

어디서나 같은 기름을 파는 주유소의 가격표시제와 학원마다 수준이 다르고 다양한 변칙이 가능한 학원비 가격표시제는 경우가 다른 것이다.

박혜민 편집국 EYE24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