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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영 롯데케미칼 사장 영장 기각…롯데 수사 '암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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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영 롯데케미칼 사장 [중앙포토]

정부를 상대로 270억원대의 소송사기를 벌인 혐의를 받고 있는 허수영(65) 롯데케미칼 사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서울중앙지법 한장석 영장전담판사는 19일 “주요 범죄 혐의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는 등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검찰은 허 사장이 기준(70ㆍ구속기소) 전 롯데물산 사장과 공모해 법인세 220억원 등 모두 270억여원을 부당하게 돌려받은 혐의(특가법 위반)가 있다고 보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허 사장은 1999년 호남석유화학 임원을 지낸뒤 2012년 호남석유화학 사장을 거쳐 그해 12월 롯데케미칼 사장이 됐다. 허 사장은 오랜 기간 신동빈(61) 그룹 회장을 보좌하며 신 회장의 핵심 측근으로 분류된다.

검찰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2006년~2015년 1512억원의 자산이 존재하는 것처럼 꾸며 국세청을 상대로 소송을 내 법인세를 돌려받았다. 검찰은 허 사장이 세금 환급 과정에 직접 개입했다고 보고 있다. 당시 롯데케미칼 대표이사였던 신동빈 회장이 허 사장을 통해 관련 사실을 보고 받았을 것이라는게 검찰의 판단이다.

허 사장은 세금 부정 환급 소송과 별도로 개별소비세 대상을 누락하는 수법으로 13억여원의 세금을 포탈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협력업체에서 사업상 편의를 봐달라는 청탁과 함께 수천만원을 수수한 혐의(배임수재) 등도 영장에 적시했다.

그러나 허 사장에 대한 영장 기각으로 롯데그룹 정책본부 임원들과 신동빈 회장을 겨냥한 검찰 수사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롯데케미칼 원료 수입 과정에서 불거진 이른바 ‘통행세’ 형식의 비자금 조성에 허 사장이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한 수사도 난항이 예상된다.

앞서 강현구(56) 롯데홈쇼핑 사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는 등 그룹 핵심 임원들에 대한 신병확보가 무산되면서 그룹 오너 일가를 향한 수사도 숨고르기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신격호(94) 그룹 총괄회장 등의 수천억원대 탈세 의혹이 제기된 상황에서 허 사장 등 그룹 핵심 멤버를 구속해 오너 수사에 속도를 내겠다는 검찰이 ‘영장 기각’이라는 암초를 만났기 때문이다.

특히 세금 탈루 뿐 아니라 배임수재 등 여러 범죄사실을 추가했는데도 영장이 기각된데 대해 검찰 내부의 충격도 상당할 전망이다.

김백기 기자 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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