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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캠프 인사 좌우하는 건 억만장자 부녀

중앙일보

입력

억만장자 대선 후보를 움직이는 건 결국 억만장자 후원자였다. 미국 의회전문지 더힐은 17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캠프가 16일 보수성향 인터넷매체 브레이트바트뉴스의 공동 창업자 스티븐 배넌을 캠프 좌장인 최고경영자(CEO)로, 여론조사 전문가 켈리앤 콘웨이를 선대본부장으로 승격시킨 데는 헤지펀드 업계의 억만장자 로버트 머서(70)와 그의 차녀 레베카(42)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다"고 보도했다.

뉴욕의 헤지펀드 '르네상스 테크놀로지'의 공동 CEO인 머서는 지난 경선 과정부터 공화당 보수 진영에 1670만 달러(185억원)를 내놓았다. 미국 개인 정치 기부금 1위다. 경선 때는 주로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을 지원했지만 트럼프로 말을 갈아 탔다. '얼음보다 차가운 포커 승부사'로 불린다.

뉴멕시코대에서 물리학과 수학을 전공한 그는 주식 거래 패턴을 수학적으로 분석해 투자하는 헤지펀드를 개발해 성공을 거뒀다. 이 헤지펀드의 대표펀드인 '메달리온'은 지난 20여년 동안 연 평균 35%의 수익률을 냈다. 재산이 125억 달러(13조 8000억원)에 달한다. 그는 트럼프와 달리 좀처럼 자신의 의견을 드러내지 않고 대중 앞에 나서지도 않는다. 2008년에는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후보를 밀었다. 그러나 오바마가 대통령이 된 뒤 경제위기 주범으로 헤지펀드를 꼽고 세금(자본이득세) 인상까지 추진하자 공화당으로 돌아섰다. 특히 힐러리 클린턴에 대한 적대심이 강한 것으로 전해진다.

은둔형의 부친을 대신해 대외적으로 적극 활동하고 있는 게 차녀 레베카다. 스탠퍼드대에서 수학을 전공한 레베카는 보수 성향의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의 이사이면서 머서 재단을 이끌고 있다. 부친의 자금력을 배경으로 정치권에도 "우리 돈을 원하면 우리가 원하는 대로 해야 한다"는 주장을 밀어 부치는 스타일이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지난 6일 밤 미식축구 프로구단 뉴욕 제츠의 구단주 우디 존슨이 연 모금행사에 참석한 레베카가 트럼프에게 "배넌을 중용하라"고 요구한 것이 선거 캠프 진용을 뒤흔들게 한 도화선이 됐다.

클린턴과 달리 억대 기부자를 거의 확보하지 못한 트럼프에게 있어 머서 부녀의 영향력은 거의 절대적이라고 미 언론은 전했다. 더힐은 소식통을 인용, "머서 일가가 트럼프 캠프를 근본적으로 소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트 캠프의 조사 업무를 맡은 '캠브리지 어낼리티카'도 머서 일가가 사실상 소유하고 있는 데이터 분석회사다. 배넌이 창업한 '브레이트바트 뉴스'의 주요 자금 후원자도 머서 부녀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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