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파원J] 예술이야 낙서야?…그라피티로 도배된 리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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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 지아~ 톡파원J 윤호진 기자입니다.

리우 시내를 걷다 보면 곳곳에 그라피티(graffiti)가 눈에 띕니다. 무질서함에 어지러운 것도 있고, 그 자체로 예술작품인 것도 있죠. 듬성듬성하지 않습니다. 도시 전체를 관통합니다. 도시의 벽면이 곧 '캔버스'로, 길거리는 '갤러리(화랑)'로 변해있습니다.

행인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이런 예술작품이 곳곳에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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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저 나쁜 장난에 그친 낙서도 많습니다. '도대체 저기엔 어떻게 그렸냐' 싶은 곳에도 낙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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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피티, 또는 낙서가 이토록 도시를 뒤덮고 있는 이유가 뭘까요?

그건 브라질 정부가 2009년 3월 거리 예술 활동과 함께 그라피티를 합법화하는 법안(law 706/07)을 통과시켰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마음내키는 대로 그리는 걸 모두 허용한 건 아닙니다. 건물주의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그게 그라피티 예술과 낙서를 가르는 리우의 기준입니다.

리우 시는 낙서 같은 그라피티, 자신을 과시하려는 파괴적 그라피티를 막기 위해 애를 썼다고 합니다. 그래서 1999년에 '돈 태그, 그라피티(Don’t Tag, Graffiti)' 정책을 펼쳤다고 하네요. 35명의 그라피티 예술가를 초청해 리우만의 색채가 묻어나는 다양한 그라피티를 선보여 "이런 걸 그리면 좋겠어"라는 메시지도 전달했죠.

'돈 태그(Don't tag)'가 뭐냐고요?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태그'란 자신의 이름 또는 활동명을 그라피티와 함께 표시하는 행동이라고 하네요. 그러니 '돈 태그'는 과시욕이 있는 몇몇이 미적인 아름다움, 도시와의 조화를 추구하지 않고 자신을 알리는 데만 주력하는 걸 막는 운동이었던 셈이죠.

또 하나의 묘책은 아주 거대한 그라피티를 허용하는 것이었습니다. 리우에서 유명한 관광지 중 하나인 '자르딤 보타니코(Jardim Botânico·식물원)' 벽면이 그 좋은 예라고 합니다. 800m에 이르는 벽면 전체가 거대한 캔버스가 됐는데 톡파원J는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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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 `자르딤 보타니코(식물원)`의 담벼락에 그려진 그라피티. [사진=top5rio.com.br]

이런 내용들을 눈으로 확인하다 보니 리우에 온 초기에 취재를 위해 찾았던 '산타 마르타' 파벨라(favela·달동네)의 화려한 페인팅 벽면도 이해가 됐습니다.

이건 2008년 네덜란드 출신 아티스트 2명이 회색빛 파벨라에 온기를 불어 넣기 위해 한 프로젝트였다고 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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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 `산타 마르타` 파벨라(favela·달동네)의 페인팅 벽면. 박린 기자

프로젝트 명은 '다함께 색칠해요(Let's colour project)'였다고 합니다. 이곳 파벨라 투어 가이드는 "마을 전체에 이 작업을 하기로 했는데 아직 35%만 진행됐다. 주민들은 언젠간 완성될 거라 믿는다"고 말했습니다.

리우에 오신다면 어지러운 낙서에 놀라지 마시고, 그 이면의 것들도 봐주시기 바랍니다. 질서와 안정을 찾기 위한 주민들의 희망, 브라질 사람들의 창의적 노력을 말입니다.

◇리우 취재팀=윤호진ㆍ박린ㆍ김지한ㆍ김원 중앙일보 기자, 피주영 일간스포츠 기자, 이지연 JTBC골프 기자, 김기연 대학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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