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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한땀 한땀, 한코 한코 바느질 어느새 근심 걱정 훌~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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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 핸드위빙을 활용해 만든 벽걸이 장식품(위빙 스튜디오 달로별). 3, 4 프랑스자수로 카네이션과 무당벌레를 표현한 액자 소품(Atelier S). 5 색실을 엮고 매듭지어 만든 실팔찌(미산가 실팔찌). 6, 7 손뜨개로 만든 쿠션과 손가방(쪼물딱 루씨의 손뜨개 살롱).

실과 바늘을 사용하는 수공예가 젊은 여성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속도는 느리지만 오로지 손으로만 작업한다. 각양각색의 수를 놓으며 자신만의 작품을 완성하고, 손뜨개로 쿠션·가방 같은 소품을 만들어 사용한다. 바느질하면서 힐링한다.

수공예로 힐링하는 젊은 여성들

직장인 박수진(31·서울 시흥동·여)씨는 요즘 출퇴근길에 가방을 두 개 들고 다닌다. 핸드백과 실크실, 공예 가위, 바늘, 수틀 같은 자수용품이 들어 있는 가방이다. 일주일에 두 번씩 자수 수업을 듣는다. 박씨는 “조카 생일 파티 때 사용할 컵 받침에 빨간·파란색 실로 고깔모자 그림을 수놓고 있다”며 “자수를 놓을 땐 내 숨소리만 들려 나를 온전히 느끼고 걱정거리를 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요즘 자수·손뜨개 같은 수공예에 빠진 20~30대 여성이 많다. 바쁘고 복잡하게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면서 평온함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어서다. 각자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만족감도 인기 이유다. 박성희 한국트렌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디지털 시대를 사는 현대인들이 자신만의 콘텐트를 선호하면서 스스로 만들 수 있는 수공예 매력에 빠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장소·시간 구애받지 않아 선호
바늘과 실, 도안만 있으면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점도 매력적이다. 『나의 달콤한 프랑스자수』의 저자 민우준씨는 “출퇴근길이나 일상생활 속에서 허비되는 자투리 시간에도 실과 바늘만 있으면 나만의 작품을 만들 수 있어 어린 학생과 젊은 직장인이 많이 도전한다”고 전했다.

수공예를 즐기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관련 용품 판매량이 꾸준히 늘고 있다. G마켓에 따르면 올 상반기 자수용품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증가했다. 관련 도서도 잘 팔린다. 교보문고의 8월 첫째 주 취미 분야 베스트셀러 20권 중 6권이 자수·손뜨개 전문 도서다.

자투리 시간에 손뜨개·자수
개성 있는 생활 소품 만들어
문화센터 강좌, 전문서적 인기

바늘과 실 종류, 뜨는 방법, 아이템 등에 따라 종류는 더욱 세분화되고 있다. 손뜨개는 단순히 스웨터·목도리 등을 뜨던 것에서 벗어나 옷, 인형, 가방, 인테리어 소품, 생활 소품, 액세서리 등으로 전문 분야가 나뉠 정도다. 자수는 바느질 기법(스티치)에 따라 동양식 자수와 서양식 자수로 나뉜다. 이 중 400여 가지 바느질 기법을 사용해 야생화나 작은 동물 등을 새기는 서양식 자수인 ‘프랑스자수’가 젊은 여성 사이에서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다. 9cm 길이의 돗바늘로 실을 엮는 ‘핸드위빙(Handweaving)’, 실을 반복적으로 엮고 매듭지으며 팔찌·반지와 같은 장신구를 만드는 ‘마크라메(Macramé)’ 등도 있다.

기법 400여 가지 ‘프랑스자수’ 유행
종류는 다양하지만 작업하는 방법은 단순하고 반복적인 기술이기 때문에 초보자도 금방 배울 수 있다. 핸드위빙 수업을 받는 주부 이은영(40·서울 도림동)씨는 “실내 벽면에 걸어 장식하는 ‘타피스트리’를 만들어 인테리어 소품으로 활용할 것”이라며 “핸드 위빙은 처음엔 생소한 기술이라 어려울 줄 알았는데 배워 보니 실을 지그재그로 끼워 넣기만 하면 돼 쉽게 작품을 완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초보자라면 대형 백화점 문화센터, 작은 공방 등에서 진행하는 관련 강좌를 추천한다. 하루 코스도 많다. 3~4명 규모로 일정 금액을 내고 하루 4시간 정도 수업을 들으며 한 작품을 완성할 수 있다. 수업을 통해 기본기를 알았다면 관련 도서를 구입해 수준 높은 기술을 익힐 수 있다.

수예점이나 서울 동대문 대형 부자재 시장에서 원하는 재료를 쉽게 구입할 수 있다. 온라인 매장도 찾을 수 있다. 온라인 수예점 ‘패션메이드’에선 가위·실·천 같은 작업에 필요한 모든 제품을 한꺼번에 구입할 수 있다. 다양한 실 종류와 자수·손뜨개 등의 실물 도안이 많이 수록된 전문 서적을 구입하고 싶다면 ‘엔조이퀼트’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된다. ‘아트십자수’는 실을 비교적 저렴하게 판매하는 온라인점이다. 가격은 조금 비싸지만 독특한 디자인의 수입품을 찾는다면 ‘키스더레이스’ 를 클릭하면 된다. ‘아뜰리에 프로방스’에선 국내에서 쉽게 볼 수 없는 해외의 수공예 전문 서적을 구입할 수 있다.

힐링하기 위해 수공예 작품을 만드는 것은 권할 만하지만 어깨와 팔에 무리가 오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같은 자세로 오랜 시간 앉아서 작업하다 보면 팔이 뻣뻣해지고 어깨가 경직되기 쉽다. 강동경희대병원 한방신경정신과 정선용 교수는 “수공예는 소근육을 발달시켜 주고 집중력을 높여 주지만 장시간 쪼그리고 작은 것에 집중하면 근육 등에 통증이 생길 수 있어 짧은 시간 자주 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프랑스자수로 가방 꾸미기, 코바늘 손뜨개로 쿠션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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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서울 보광동에 있는 한 공방에 모인 여성들이 핸드위빙을 배우며 벽걸이 장식품을 만들고 있다.

실·바늘 사용하는 수공예 기법
실과 바늘로 만들 수 있는 것은 다양하다. 준비물만 비슷할 뿐 만드는 방법과 기술, 작품 종류는 천차만별이다. 최근 SNS상에서 바느질을 뜻하는 ‘#소잉(Sewing)’을 검색하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프랑스자수’ ‘손뜨개’ ‘핸드위빙’ ‘마크라메’ 등이다. 바느질과 실을 이용한 수공예 종류와 만드는 방법을 소개한다.

프랑스 자수│천 밑그림을 색실로 바느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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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자수는 수를 놓을 도안(밑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시작한다. 종이에 그림을 그린 후 수를 놓을 천 위에 올려놓고 먹지와 트레이싱페이퍼(반투명으로 된 용지)를 이용해 미리 그려 놓은 그림을 그대로 따라 그리면 된다. 천 위에 잘 옮겨지지 않은 선은 자수용 수성펜으로 덧그릴 수 있다. 그 다음 그림에 색을 칠하듯 원하는 자수 기법(스티치)과 색실을 선택해 수를 놓으면 된다.

자수 기법은 400여 가지나 되지만 초보자는 기본적인 기법 3~4가지만 배우면 작품을 완성할 수 있다. 대부분은 리넨·광목·면과 같은 천에 수를 놓은 후 천을 팽팽하게 잡아당겨 주는 수틀에 작품을 넣고 액자로 만든다. 최근에는 무늬 없는 옷이나 양말, 파우치, 가방, 쿠션 등 생활용품에 수를 놓아 사용하는 사람도 많다. 완성된 자수 작품을 세탁할 때는 주의해야 한다. 세탁기에 천을 돌리거나 손으로 세게 비비면 올이 풀릴 수 있다. 오염된 부분을 부드러운 스펀지에 세제를 적당히 묻혀 그 부분만 토닥여 깨끗이 하거나, 중성세제를 풀어놓은 물에 자수 작품을 물 위에 30분 이상 평평하게 펴서 오염 물질을 제거할 수 있다. 자수의 앞면이 아닌 뒷면을 다림질해야 한다. 앞면을 직접 다림질하면 자수의 입체감이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손뜨개│사각형 모티프 뜨기가 기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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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뜨개 종류는 실의 굵기와 짜는 법에 따라 다양하다. 지난해 겨울엔 연예인들이 많이 착용한 ‘루피망고’ 모자가 유행했다. 굵은 실로 손뜨개한 루피망고는 지름 1㎝ 이상의 굵은 실로 30분에서 1시간이면 모자를 완성할 수 있다. 최근엔 두꺼운 레이스 실과 가는 손뜨개용 실을 이용해 짧은 시간 안에 컵 받침, 인형, 담요, 쿠션, 가방 같은 간단한 소품을 만드는 코바늘 손뜨개가 인기를 끌고 있다. 누구나 쉽고 빠르게 작품을 완성할 수 있어서다.

기호부터 익혀야 한다. 사슬뜨기, 빼뜨기, 짧은뜨기, 긴뜨기 등 뜨는 기호와 코를 늘리고 줄이는 기법을 알면 웬만한 손뜨개 도안을 보고 쉽게 따라 할 수 있다. 코바늘 손뜨개의 기본은 사각 ‘모티프(motif)’ 뜨기다. 가로·세로 각 10㎝ 정도의 사각 모티프를 한 장은 컵 받침으로 사용하기 좋은 크기다. 사각 모티프 뜨기가 익숙해지면 삼각·육각·원형 등 다양한 모티프 뜨기를 익힌 뒤 모티프 여러 개를 이어 쿠션·담요·매트 같은 큰 작품을 만들 수 있다.

짧은뜨기를 중심으로 몸통을 한 번에 떠서 만드는 손뜨개 인형도 인기다. 『쪼물딱 루씨의 손뜨개 살롱』의 저자 김윤정씨는 “5호 코바늘로 기본 인형 뜨기를 배우고 조립이 손에 익으면 옷이나 가방에 달 수 있는 작은 크기의 인형인 ‘마이크로 크로셰’ 인형을 만들어 보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핸드위빙│나무틀에 실 가로·세로 엮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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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위빙은 실을 엮어 천을 짜는 것을 뜻하는 ‘위빙(Weaving)’의 한 종류다. 1m가 넘는 수직기로 직물을 짜던 것이 전통적인 위빙이라면 핸드위빙은 그 축소판이다. 기구가 아닌 손으로 직물을 짜기 때문에 사각형의 나무틀만 있으면 누구나 쉽게 도전할 수 있다.

나무틀을 사용해 일정한 간격으로 실을 세로로 고정한 후 다른 실을 수직으로 좌우로 엮어주면 된다. 작품의 크기는 나무틀 크기에 따라 결정된다. 필요한 준비물로는 고정된 세로 실에 가로로 실을 엮을 때 사용할 수 있는 돗바늘, 다양한 실, 세로줄을 고정해 줄 나무틀, 가로줄을 아래로 촘촘하게 당겨주는 나무 빗 등이 있다.

다른 자수와 달리 정해진 도안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사용할 수 있는 실의 종류도 제한이 없어 초보자가 처음 배우기 좋다. 핸드위빙은 한땀 한땀 채워나가는 것이 아니라 사각형의 가로·세로 줄을 한 번에 잇는 형식이기 때문에 작품을 완성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짧다. 핸드위빙 작가 이진주씨는 “직물을 잇는 방법이 단순한 핸드위빙은 일곱 살 어린 아이도 쉽게 배울 수 있다”며 “기본 기술이 숙달되면 가로로 긴 나뭇가지나 꽃송이를 이용해 실과 함께 엮어 이색적인 작품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마크라메│실 두 개를 엮은 매듭 장신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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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라메는 아랍과 중남미 지역의 원주민이 예로부터 즐겨 하던 공예 중 하나다. 단단한 실을 반복적으로 엮고 매듭지으며 장신구를 만든다. 필요한 재료와 도구는 간단하다. 십자수를 할 때 쓰는 일반적인 면사와 가위, 줄자, 실을 고정해 주는 집게 등만 있으면 된다. 손목의 길이에 맞춰 만들면 팔찌가 되고, 머리 크기에 맞추면 헤어 액세서리가 된다.

양손에 하나씩 두 개의 실을 쥐고 그 두 실을 엮어 매듭을 만들어 나간다. 이때 두 실은 ‘기둥실’과 ‘엮는 실’로 나뉜다. 기둥실은 움직이지 않는 실인데, 엮는 실이 기둥실을 기준으로 엮여 나오면서 완성된다. 실을 엮는 방법은 많다. 사선 방향으로 엮어 나가는 ‘사선엮기’, 가로로 평행하게 엮는 ‘가로세로엮기’, 사선엮기의 앞뒤를 반대로 나오게 하는 ‘뒷사선엮기’ 등이 있다. 팔찌를 만들 때 실의 윗부분을 고정해 주는 게 좋다. 코르크판이나 두꺼운 책 상단에 엮을 실을 모아 집게로 집어주면 실이 단단히 고정돼 작업하기 쉽다. 여러 색이 섞인 실 팔찌를 만들고 싶다면 한 실에 여러 가지 색이 섞여 있는 복합사를 구입하길 추천한다. 『미산가 실팔찌』의 저자 홍수아씨는 “실에 구슬이나 비즈를 끼워 엮어도 멋스러운 장신구 완성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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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한진·라예진 기자 jinnylamp@joongang.co.kr, 사진=조상희(프로젝트100), 베란다 자수, 위빙 스튜디오 달로별, 중앙북스, 루비박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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