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反美에 '터키 콜라' 인기 터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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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출시한 지 보름밖에 되지 않은 터키의 신생 콜라가 현지의 반미(反美) 분위기를 업고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터키의 식품.음료회사인 울케르그룹이 내놓은 '콜라 투르카'는 시장에 나오자마자 25%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는 등 폭발적인 호응을 얻고 있다. 연간 10억ℓ의 콜라가 소비되는 터키에서는 미국 제품인 코카콜라가 시장의 70%를 장악하고 있다.

새 콜라가 성공적으로 시장에 진입할 수 있었던 것은 터키 국민들의 반미 감정 때문이다. 이라크전으로 불거지기 시작한 터키 국민들의 반미 감정은 최근 이라크 북부에서 미군이 터키 군인 11명을 억류하면서 더욱 고조됐다. 군인들은 억류된 지 60시간 만에 풀려났으나 터키 국민과 언론은 이를 '국민적 모욕'으로 간주하고 있다.

AFP는 현지 신문을 인용, 터키에서 미국 제품의 판매가 지난 2~3개월 사이 13%나 감소했으며, 터키 군인 억류사건 이후 콜라 등 미국 제품 판매를 거부하는 상점 주인들이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콜라 투르카의 광고 책임자인 영 앤 루비캄사의 에다 고칸은 "우리는 정치상황을 이용하지 않았다"며 "우리는 단지 터키의 생활방식을 팔려고 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신생 터키 콜라가 맹위를 떨치자 코카콜라와 펩시콜라는 가격 할인과 무료 경품 제공으로 맞대응에 나섰다. 코카콜라의 경우 1달러75센트에 팔던 2.5ℓ짜리 제품을 1달러23센트로 인하했다. 이는 콜라 투르카 가격(1달러30센트)보다 낮은 수준이다.

터키에서의 콜라 전쟁은 터키 국내 정치와의 관련 때문에 더 관심을 끌고 있다. 콜라 투르카는 레제프 타이이안 에르도안 총리의 아들이 유통을 맡고 있는 반면, 코카콜라는 총리의 정적(政敵)인 메수트 일마즈 전 총리의 아들이 터키 유통을 책임지고 있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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