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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일본 외상 "위안부 피해지원 재단에 신속하게 10억엔 출연"

중앙일보

입력

 일본이 지난해 12·28 위안부 합의에 따라 예산 10억 엔(약 108억원)을 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위한'화해·치유재단'(이사장 김태현)에 출연하기로 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상은 12일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의 전화통화에서 "일본 정부는 국내 절차가 완료(예산배정 절차 등)되는대로 정부 예산 10억엔을 신속하게 출연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기시다 외상은 통화에서 주한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문제를 언급하긴 했지만, 이를 10억엔 출연과 연계시키지는 않았다고 외교부 관계자가 전했다. 당초 일본은 소녀상 철거를 출연금 지급의 조건으로 삼으려는 움직임을 보였지만, 한국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했다. 기시다 외상은 통화후 일본 기자들과 만나 소녀상 문제에 대해 "앞으로도 계속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이로써 지난해 12·28 위안부 합의에 따른 정부 차원의 후속 협의가 큰 틀에서 모두 마무리됐다. 지난 1991년 고(故) 김학순 할머니가 실명으로 위안부 피해 사실을 처음 공개한 지 25년 만이다.

이날 윤 장관과 기시다 외상은 오후 5시45분부터 6시13분까지 28분 동안 통화했다. 윤 장관이 지난달 28일 화해·치유 재단이 출범한 경과 등을 설명하자 기시다 외상은 “재단 설립 등을 통해 한국 측이 합의 이행을 위해 노력한 점을 평가한다”며 이처럼 예산 출연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윤 장관과 기시다 외상은 합의의 충실한 이행을 통해 하루 속히 피해자들의 명예와 존엄 회복 및 마음의 상처 치유가 이뤄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재확인했다"고 전했다.

이 당국자는 "일본이 예산 출연을 결정한 것은 출연금의 사용방향과 출연 절차 등에 대해 지난 9일 양국 국장급 협의에서 상당한 의견 접근이 이뤄졌기 때문"이라며 이제 양국 논의를 한단계 매듭지었으니 재단이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본이 낼 10억엔을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에 쓸 지는 재단 이사회가 결정하게 된다. 재단 관계자는 “피해 할머니들이 원하는 곳에 쓸 수 있도록 70% 안팎에서는 직접 현금 지원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며 "나머지는 추모사업 등 간접 지원에 쓰일 수 있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이 받게 되는 돈에는 '치유금' 같이 특정한 명칭을 붙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한다. 일본 측은 그 간 위안부 배상 문제는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모두 해결됐다는 입장을 유지하며 10억엔은 법적 배상금이 아니라고 강조해왔다. 하지만 정부는 일본 측이 정부의 책임을 통감하고, 총리의 사죄와 함께, 정부의 예산을 들이는 것인 만큼 ‘사실상 배상금’으로 보기에 무리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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