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대출 증가세 꺾여" 금융위, 한은 총재 발언에 반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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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가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시행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공식입장을 12일 밝혔다. 전날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등) 당국이 여러 조치를 내놨지만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발언을 반박한 셈이다.

12일 오후 금융위는 예고 없이 배포한 보도참고자료에서 “올 5~7월 은행권 개별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이 9.2조원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16.1조원)보다 증가세가 뚜렷하게 둔화됐다”며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의 효과를 강조했다. 주택담보대출의 분할상환을 원칙으로 하는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은 올 5월 전국적으로 시행됐다. 금융위는 이 자료에서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6월)로 대출수요가 확대됐는데도 7월 중 가계대출 증가규모가 6월보다 감소했다.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안착되고 있다고 판단한다”고도 덧붙였다.

이러한 금융위의 입장은 전날 이주열 한은 총재가 기자회견에서 밝힌 가계부채에 대한 인식과는 사뭇 다르다. 이 총재는 “가계부채 증가세가 기대와 달리 꺾이지 않고 있다”면서 “가계부채 문제는 한은뿐 아니라 금융당국도 가볍게 넘길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례적인 강한 어조로 가계부채 증가세를 경고했다. 또 “정부당국도 가계부채를 상당히 주의깊게 보고 있고 관계부처끼리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 총재의 발언을 두고 시장에서는 가계부채 문제와 관련한 정부의 추가적인 대책이 나오는 게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왔다.

이주열 총재의 발언이 알려지자 금융위 관계자들은 다소 불편한 기색을 나타냈다. 익명을 원한 금융위 관계자는 “총재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모르겠다”며 “일부 지역의 분양시장이 과열 조짐 있어서 모니터링하고 있지만 아직은 불이 (전국으로) 번지진 않았기 때문에 그런(추가 대책을 내놓을) 국면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문제를 가볍게 본 적이 결코 없다”며 “한은에서 가계부채 대책과 관련해 좋은 아이디어를 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한은 측에 이주열 총재 발언은 원론적인 이야기일 뿐이란 취지의 보도해명자료를 내줄 것을 요청했지만 한은은 아무 자료도 내놓지 않았다. 그러자 금융위가 직접 보도참고자료를 내고 해명에 나섰다.

이날 자료에서 금융위는 “가계부채 증가 추이 등에 대해 한국은행 등 관계기관과 함께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협의를 통해 적시에 대응을 추진하겠다”는 공식입장을 밝혔다. 원하는 만큼 분할상환할 수 있는 전세자금대출 상품을 출시하고(2016년 하반기 중), 대출 원리금 상환액 전체를 고려한 총체적 상환능력(DSR) 심사를 단계적 강화(2017년부터)한다는 기존의 계획도 재확인했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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