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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강경파 지적 만족 위해 당 존재하지 않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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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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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김종인(사진)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11일 “당신네들의 지적 만족을 위해 정당이 존재하는 게 아니다”며 당내외 강경파를 향해 쓴소리를 했다. 김 대표는 이날 더민주 의원총회 모두발언에서 “오늘이 비대위 대표 자격으로 참석하는 마지막 자리”라며 이같이 말했다.

당대표 자격 마지막 의총서 쓴소리
사드 배치 ‘무당론 원칙’ 비판엔
“강경파 불만 알지만 집권 위한 선택”

김 대표는 ‘야당성을 잃었다’는 강경파의 비판에 대해 “당이 관습처럼 해온 것에 맞지 않는다는 분도 있고 여러 의원들의 불만도 충분히 알고 있다”며 “하지만 왜 대표라는 사람이 이런 행동을 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라 전체 상황과 세계가 변하는데 고정관념에 사로잡혀서는 국민의 뜻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 국민의 지지를 받고 집권할 수 있는지 냉정하게 분석해야 한다”며 “집권 의지가 없고 집권 능력을 보여주지 않으면 정당으로서의 존재 가치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특정 문제에 대해 냉정하고 신랄한 검토를 거쳐 일사불란하게 추진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지속적 지지를 받을 수 있다”고 당부했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에 대한 ‘무당론 원칙’에 반대해 온 당 안팎의 주장도 정면으로 반박했다. 김 대표는 “외부로부터 ‘어떻게 더민주가 이런 식으로 가느냐’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며 “당신들의 생각에는 더민주의 (사드에 대한) 태도가 애매모호하고 맞지 않을지 몰라도 우리는 집권하는 게 가장 중요한 과제이기 때문에 당을 이렇게 끌고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익명을 원한 수도권 재선 의원은 “김 대표의 발언은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 야권 지지 성향의 외부 세력과 당내 강경파를 겨냥한 말”이라며 “평생 야당만 하기로 작정했다면 인기에 영합해 강경 지지자의 말만 그대로 옮기면 그만이지만 집권을 위해선 수권 능력을 증명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새누리당에 대해서도 “집권여당이 총선 결과의 의미를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전당대회 결과를 보면 완전히 대통령 친정체제를 확립했다고 즐거워하는 모습만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런 뒤 “선거 결과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정치하는 집단은 절대로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은 여야가 똑같다”고 했다.

이날 의총에선 김영호 의원 등 6명의 초선 의원들의 방중(訪中) 활동과 관련한 토론이 있을 예정이었으나 김 대표와 우상호 원내대표가 토론을 간략한 보고로 대체시켰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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