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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대대법원장 김용철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김용철신임대법원장(9대)은 명쾌한 법률이론에 행정수완을 겸비해 일찍부터 대법원장감으로 지목돼온 원로법관.
항상 사법부의 산적한 과제에 대한 걱정을 앞세우는 그는 단정한 외모와 몸가짐으로 후배법관들의 존경을 받아온 선비형 법관이다.
평소 일선법관들에게 『재판은 결과 못지않게 과정이 중요하므로 당사자의 주장을 충분히 경청하라. 결론이 옳아도 과정이 불만스러우면 사법부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강조해온 만큼 그는 앞으로 사법부의 신뢰 회복에 특히 역점을 둘것이 틀림없다.
『사법권은 주권자인 국민들로부터 위임받은 것인만큼 사법부 종사자는 권위주의를 버리고 국민에게 봉사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
지난해의 법관인사파동·대법원장 탄핵발의·구속학생들의 재판거부사태등 어려운 현실에서 힘차게 사법부를 이끌어 사법부의 제위치를 정립해야 한다는 기대를 받고있다.
온화하고 잔정이 많은 성품이지만 업무에는 치밀하고 완벽을 추구하는 깐깐한 면이 있으며 조용히 내면으로 다져나가는 행정스타일을 갖고 있다.
75년 남보다 빨리 대법원 판사가 됐고 81년부터 법원행정처장을 맡아 숙원이던 형사·민사소송규칙과 가사심판규칙을 제정, 재판의 기준을 마련했고 전국 87곳에 순회심판소를 신설, 법원이 없는 지역주민에 대한 법률서비스를 확대했다.
조진만대법원장 시절 논리정연하고 명쾌한 판결문 작성능력을 인정방아 대구지법평판사에서 서울지법부장판사로 발탁될 정도로 재판때마다 날카롭게 문제점을 지적, 「문제점 법관」 이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민사소송이론에 특히 밝아 바쁜 일과중에서도 2년전까지 20여년간 경희대·이대등에서 민사소송법 강의를 했다.
경북성주에서 한학자의 막내아들로 태어난 그는 경북중학(5년제)을 거쳐 서울대 법대에 입학, 줄곧 수석을 차지해온 수재로 서울대법대 출신으로는 첫 대법원장이 됐다.
쓰고 남은 예산은 반납하고 후배·친지의 사소한 선물도 뿌리치는 청렴한 자세를 지켜왔다.
등산을 즐기나 요즘은 휴일마다 각지의 왕릉을 찾아다니며 비석을 판독하고 탁본을 뜨는 취미를 가져 야사·비사에 훤하다. 책과 판례집을 손에서 놓지 않으며 집에서는 「베토벤」의 교향곡을 즐겨 듣는다. 부인 권문교여사(58)와의 사이에 2남3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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