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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남매를 4t 쓰레기 더미 속에서 키운 전주 30대 부부

중앙일보

입력

30대 부부가 4t이 넘는 쓰레기가 쌓인 집에서 4명의 아이를 키워온 것으로 드러났다.

10일 전북 전주완산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8일 오후 "이웃집에서 시체 썩는 냄새로 추정되는 악취가 난다"는 효자4동 주민의 신고가 112에 접수했다.

경찰이 문제의 연립 주택에 들어가 확인했더니 집 내부 곳곳이 쓰레기 천지였다. 거실과 2개의 방은 옷가지와 생활용품, 쓰레기 등으로 가득 차 발을 디딜 틈도 없었다. 또 바퀴벌레와 해충이 기어다니기도 했다는 게 경찰과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설명이다.

이 가정에서는 30대 부부가 4명의 자녀를 키워온 것으로 경찰은 전했다. 4남매는 초등학생 2명과 미취학 아동 2명이다. 막내는 2살이다. 아이들은 발견 당시 위생 상태가 좋지 않았다. 다만 외적인 상처 등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은 일단 부모와 자녀를 분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 아이들을 아동보호전문기관으로 보냈다. 또 방임이나 폭행 등 아동학대 여부를 조사할 방침이다.

아이들의 어머니는 경찰에서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집을 제대로 치우지 못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경찰과 지자체는 불필요한 물건을 쌓아둔 채 버리지 않는 저장강박증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자녀들에게 제대로 끼니를 챙겨주지 않아 아이들의 건강에 이상이 있을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효자4동주민센터 측은 이 가정의 구체적 상황을 몰랐다가 경찰 신고로 현장에 나가 뒤늦게 파악했다. 이후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9일부터 이틀간 집 내부를 청소했다. 4~5t에 가까운 쓰레기가 나왔다고 한다. 이불과 옷가지는 세탁했다. 이 가정은 기초생활수급자에게 임대되는 주택이다.

경찰 한 관계자는 "아이들을 제대로 돌보지 않는 방임도 아동학대의 한 형태"라며 "일단 아이들이 안정을 찾으면 어떻게 지냈는지 더 구체적으로 확인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전주=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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