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집음의 미학, 江南人流(강남인류) 새로운 시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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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시를 즐겨 읽는 편은 아닙니다. 그런데 우연히 시 창작 수업 내용을 시 형식으로 정리한『이성복 시론』을 펼쳤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시’와 ‘시인’이라고 쓰여진 자리에 ‘기사’와 ‘기자’를 대신 써넣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만큼 유사했기 때문입니다. 이성복 시인은 시가 뜻대로 풀리지 않는 상황을 상정해 이렇게 조언합니다.

“모든 허물은 나에게 있다 하지요. … 독자에 대한 나의 생각과 태도를 바로잡지 않는다면, 러닝 소매에 머리를 집어넣으려는 아이나 뭐 다르겠어요.”

“당연하게 받아들이면 피상적인 사고밖에 안 나와요. … 진정성을 가지고 뒤집으면, 모든 게 뒤집어져요. … 시가 안 되면 나에게 뒤집음이 있는지 살펴보세요.”

시도 잘 모르면서 이렇게 장황하게 시론(詩論)에 대해 늘어놓는 건 오늘(10일) 독자 여러분들에게 처음 선보인 중앙일보의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섹션 江南人流(강남인류)를 만든 라이프스타일 데스크 소속 기자들의 마음가짐을 전달하기 위해서입니다. 우리의 노력이 독자에게 잘 전달되지 않는 언론환경을 탓하거나, 거꾸로 아무리 세상이 바뀌어도 신문이란 무릇 이러해야 한다는 고루한 접근을 하는 대신 오로지 독자가 원하는 것을 담기 위해 모든 정성을 쏟았습니다.

제호 江南人流에서 江南(강남)은 지역적 의미를 넘어 차별화한 생활 방식을 나타내는 보통명사로 썼습니다. 결국 江南人流란 남다른 취향과 눈높이를 가진 사람들(人)을 위해 일류(一流) 볼거리와 읽을거리를 담은 신문이라고 풀이할 수 있습니다.

오늘부터 기존의 江南通新과 번갈아가며 격주로 발행하는 江南人流, 앞으로 기대해 주십시오.

안혜리 부장·라이프스타일 데스크 ahn.hai-r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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