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져가며 집지을수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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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이 기사는 서울시의 일방적인 취락구조개선사업으로 빚더미에 올라앉게 됐으니 땅값을 분할 납부하게 해주고 주택융자금을 늘려 달라는 세곡동 방죽마을등 5개 마을 2천여 주민들의 진정에 따라 취재 보도하는 것입니다.
『누구를 위한 취락구조개선사업인지 알수 없읍니다. 집을 새로 짓는 것도 좋지만 빚은 어떻게 합니까.』
서울시에 의해 취락구조개선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강남구 세곡·일원동일대 5개마을 2천여 주민들은 서울시가 주민들의 경제능력을 무시한채 사업을 추진하는 바람에 집집마다 빚을 지고 조상 대대로 살아온 고향땅을 떠나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주장, 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주민들은 땅을 많이 갖고 있는 일부를 제외하고는 가구당 택지분양이 2천2백만원, 택지조성비 3백만원, 주택건축비 2천7백만원, 대체농지조성비 5만원등 모두 5천2백35만원의 자금을 마련하기가 어려워 방죽1마을의 경우 취락구조개선대상 l백20가구중 90여가구, 방죽2마을은 55가구중 40여가구, 쟁골마을은 46가구중 40여가구, 못골마을은 1백21가구중 1백여가구, 궁마을은 67가구중 50여가구가 이미 집을 팔았거나 팔려고 내놓았다는 것.
주민들은 이에 따라▲연말까지 내야 하는 택지(1백30평)분양대금을 5년분할 상환토록 해주고▲현재 10평으로 규제되어 있는 지하실을 30평까지 허용해주는 동시에▲주택융자금을 1천만원에서 1천5백만원으로 올려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방죽l마을 취락구조개선사업추진위원장인 이호성씨(52)는 『서울시가 주민들의 경제능력은 생각하지 않고 행정편의대로만 취락구조개선사업을 추진, 주민들이 골탕을 먹고 있다』 며 『주민들의 희망으로 취락구조개선사업을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서울시가 충분한 대책을 마련해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시비 2백47억3천만원, 주민부담 2백40억3천만원등 모두 4백87억6천만원의 사업비를 들여▲동부간선도로변의 세곡동·일원동의 방죽마을·쟁골마을·못골마을·궁마을▲동작대로변의 방배동 남태령마을 ▲암사동 재건촌과 길동 화원단지마을등 3개지구 7개마을을 6월말까지 취락구조개선사업으로 말끔히 정비키로 하고 추진중인데 주민의사와는 관계없이 구획정리사업식으로 땅을 매입, 기반시설을 하고 주민들에게 1백30평씩 대지를 분양, 새집을 짓게해 말썽이 되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의 말=국가사업으로 하는 환경정비사업이니 주민들도 협조해야 하며 능력이 안되면 건물보상과 아파트입주권을 받아 나갈수도 있다. 택지 값은 최저가격으로 연기나 분할 상환할 수 없으며 주택융자금도 원래 8백만원이었으나 1천만원까지 늘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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