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2016 퍼스트펭귄] 사우디에 ‘모래’ 파는 남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5면

기사 이미지

김주영 도너랜드 창업주가 경기도 안양시 본사에서 도너랜드 제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김상선 기자]

장난감용 모래와 클레이(점토) 완구를 국내외 시장에 팔아 연매출 120여 억원을 올리는 회사가 있다. 국내 최대 클레이 완구 기업인 도너랜드다. 1993년 설립된 이 회사는 점토를 빚어 다양한 모양을 만드는 ‘클레이 아트’가 어린이는 물론 성인 사이에서도 인기를 얻으면서 급성장중이다. 찰흙·지점토 같은 미술 수업용 재료부터 첨단 소재를 사용한 나노클레이·실리콘클레이 등 20여 개 브랜드, 2000여 가지 제품을 생산한다.

장난감 대여하다 클레이완구 사업
2000여 제품 한해 매출 120억원
뭉쳐지는 모래 완구 21개국 수출

모든 제품엔 창업주인 김주영(56) 도너랜드 제품개발연구소장의 아이디어가 녹아있다. 그는 도너랜드 창업 전에 아이가 있는 가정을 방문해 장난감을 배달하고, 수거하는 대여 사업을 했다. 자연스레 어린이가 어떤 장난감을 선호하고, 부모가 어떤 제품을 원하는지 알게 됐다. 김 소장은 “집안에서도 흙장난을 하고 조물조물 만들면서 창의력을 키우고 싶다는 수요에 맞춰서 ‘뽀송이 모래’를 2011년 출시했다”고 말했다.

뽀송이 모래는 보습제 오일 성분이 들어있어 물이 없어도 쉽게 뭉쳐지고, 마르거나 굳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21개 국에 수출하는데, 사우디아라비아가 주요 시장이다. 김 소장은 “날씨가 무더운 사우디아라비아에선 실내에서 주로 노는데, ‘실내 놀이용 모래’에 대한 수요가 많다”고 했다.

도너랜드의 대표 제품은 ‘천사점토’다. 인공 펄프를 주원료로 나노기술을 활용해 무게를 일반 지점토의 8분의 1로 줄였다. 부드러운 점토가 시간이 지나면 딱딱하게 굳는데, 물을 묻혀 반죽하면 원래 상태로 돼 다시 쓸 수 있다. 김 소장은 “1년에 9만㎞를 운전하며 전국의 저명한 교수를 만나고, 원료를 찾아다녔다”고 말했다.

대형마트마다 품절될 정도로 천사점토가 인기를 모으던 2011년 위기가 왔다. 생산 공장을 확장하려다 사기를 당한 것이다. 김 소장은 폼클레이(2010년)·실리콘클레이(2012년)·유점토(2015년) 등 새로운 제품 개발에 몰두하며 부도 위기를 극복했다. 이런 신제품들엔 장난감이라곤 보기 힘들 정도의 첨단 기술이 숨어있다. ‘실리콘클레이’는 실리콘 성분을 사용해 물에 뜨거나 오븐에 구울 수 있게 했다. 전분과 기름을 혼합해 100% 천연원료 만으로 만든 ‘유점토’는 시간이 지나도 굳지 않는다. 2003년 개발한 ‘허니클레이’는 꿀의 보습 성분을 첨가해 많이 반죽할수록 촉감이 부드러워진다.

김 소장은 “음식을 먹다가도 저 재료를 점토에 접목하면 어떨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도너랜드는 지금도 한 달에 2~3개 신제품을 내놓는다. 중국 등 경쟁 업체가 바짝 쫓아오기 때문이다. 김 소장은 “기존 제품만 믿고 있다간 밀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도너랜드는 오는 10월 1만1570㎡(약 3500평) 부지에 공장과 함께 클레이 박물관, 체험관 등의 시설을 갖출 예정이다. 김 소장은 “클레이 제품은 세계 곳곳에서 미술 수업과 치매 예방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며 “온가족이 모여 점토를 빚으며 즐거워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글=허정연 기자 jypower@joongang.co.kr
사진=김상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