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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바티칸 역사적 화해 임박?…주교 임명 절차 잠정 합의

중앙일보

입력

중국과 바티칸 교황청의 수교 임박설이 나오고 있다. 천주교 홍콩 교구장인 요한 통혼(湯漢) 추기경이 중국과 바티칸 관계 정상화의 최대 걸림돌인 주교 서품 문제에 대해 잠정 합의에 이르렀다고 밝히면서다. 교황청은 1951년 대만과 수교했으며 중국과는 국교를 맺지 않은 상태다. 중국에는 1200만 명 가량의 천주교 신자가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지만 교황의 사제 및 주교 서품권을 인정하지 않고 공산당 통제하에 있는 천주교애국회를 통해 독자적으로 주교 서품을 단행해 교황청과 갈등을 빚어왔다.

통 추기경은 홍콩 교구가 발행하는 주간 공교보(公敎報) 최신호 기고에서 "중국과 바티칸이 주교 임명 절차에 대해 초보적인 합의에 이르렀으며 국교를 수립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 교회와 세계 교회의 통합'이라는 제목의 기고에서 "다행스럽게 수년간의 노력을 기울인 끝에 중국 정부가 면모를 일신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썼다.

통 추기경은 구체적인 합의 내용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으나 홍콩 교계와 언론들은 '베트남 방식'이 적용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중국 당국이 인정하는 천주교애국회 소속 교회와 중국 당국이 인정하지 않는 지하 교회의 주교들도 함께 참여하는 '중국주교단'을 구성하고 여기서 주교를 추천토록 하는 방안이 유력시된다는 것이다. 그런 다음 교황이 주교단에서 추천해온 후보 중에서 선택해 서품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통 추기경은 "합의의 목표는 세계 가톨릭의 합일성이라는 본질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교황의 주교 서품권이 중국에 의해 간섭 받는 것으로 보이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문제가 최종 타결되면 중국과 바티칸은 공식 국교를 맺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나의 중국' 원칙을 고수하는 중국과의 수교는 대만과의 단교를 의미한다. 대만은 현재 바티칸을 포함한 22개국과 국교를 맺고 있다. 이 중에는 파라과이·도미니카공화국·과테말라·온두라스 등 천주교 국가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 만약 대만이 바티칸과 단교할 경우 이들 국가 중에서도 바티칸을 따르는 나라들이 등장해 대만의 외교 고립이 가속화할 전망이다.

홍콩 일간지 명보(明報)는 "중국과 교황청의 수교는 윈-윈 게임"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은 대만을 고립시키는 양안관계에서의 이점 뿐 아니라 교황청과의 화해를 통해 국제사회에서의 이미지 개선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바티칸은 세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나라인 중국의 천주교단을 포용함으로써 더욱 폭넓게 복음을 전파할 수 있다는 종교적 명분을 세울 수 있게 된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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