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맞은 호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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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얼마전 신문에서 일본에서는 50, 60대를 노년이란 말대신 신조어로 실년으로 부르도록 했다고 읽었다. 좋은 명칭이라 생각된다. 사실 50, 60대를 노년이라부르는 것은 걸맞지 않기 때문이다.
결혼후, 어느 날 문득 시장에서 「아줌마」로 불려졌으면 그 낯설고 당혹스러웠던 일이 생각난다. 이미 중학생의 학부형이 된 지금도 「아줌마」란 거부감을 느끼는 호칭이다.
회사에서는 직함을 없으니까 부르는 사람자신의 신분이나 나이에 따라 적당히 불러준다.
『이여사』『미스리』『언니』『이순원씨』...
내자신이 입사했을 때 호칭이 곤란해서 선배에게 상의한 적이있다. ○○○씨는 건방진듯하고, ○○○여사님하면 거북스러울듯하고, ○○○언니는 친근감은 있되 너무 사적인 듯해서 였다. 망설이던 선배는 그래도 ○○○언니라고 불러주는게 젊은 기분이 들어서 제일 나을 것 같다고 했다.
다음부터는 눈 질끈 감고 그렇게 부르고 있으며 후배나 여직원들도 분명 같은 연유로 나를 『언니』라 부르고 피차 익숙해져있다. 가장 마음편하고 많이 불려지는 것은 그래도 『이순원씨』라고 불려저것은 것이지만 10여년 손아래인 사람이 뚝부러지게 그렇게 부를땐 얄밉다.
이렇게 여러호칭으로 불려지다보니까 내가 「아줌마」인걸 깜박 잊고 누가 불러도 그냥 지내칠 때가 있다. 이런 사실을 솔직하게 말했다면 「주책」이라든가, 「주제파악 좀하라」고 면박을 줄지 모르겠다.
하긴 반대로 생각하면 날 무어라 부를 것인가. 선생님도 아니고 사모님도 아니고 하나도 마땅한 명칭이 없기 때문이며, 내가 이씨인지 김씨인지 알턱도 없지 않은가.
구석구석 많은 머리좋은 사람들이 부르기 좋고 아름다운 며칭을 어서 많이 만들어 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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