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수상태 아그네스 김 “기적처럼 눈 떴다”

미주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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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그네스야, 네 이름이 아그네스 맞니? 맞으면 손가락 한개 들어볼래?” 누군가의 질문에 아그네스는 손가락 하나를 들어 올렸다. “그럼 손으로 주먹, 가위, 보를 해볼래?” 그러자 아그네스는 가녀린 손으로 힘겹게 손 모양을 바꿨다.

아버지 김용운 씨, 본지에 알려와
“이름 등 인지…앉아서 TV보기도”
의사들도 “상태 갈수록 호전될 것”

지난 4월 조지아대(UGA) 인근서 일어난 교통사고로 혼수상태(코마)에 빠졌던 아그네스 김(21)이 3개월 간의 사투를 벌인 끝에 기적처럼 눈을 떴다.

2일 김양의 아버지 김용운 씨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며칠 전에 아그네스가 눈을 떴다. 그리고 자신의 이름과 엄마, 아빠 등 주변을 조금씩 인지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또 “손과 발을 움직이지는 못하지만 휠체어에 앉기도 하고, 조심스럽게 고개를 좌우로 돌리기도 하고, TV를 틀어주면 눈을 떠서 보는 것도 같다”고 감격해 했다. 또 “주먹, 가위, 보 중에서 가위를 가장 잘하더라”면서 웃기도 했다.

대학 졸업을 앞둔 아그네스는 지난 4월 27일 밤 9시께, 본인의 도요타 캠리 차량에 4명의 친구를 태우고 오코니 카운티 왓킨스빌 근처 도로를 지나다 중앙선을 넘어 반대편에서 달려오던 쉐보레 코발트 차량과 정면으로 충돌했다. 이 사고로 캠리 차량에 동승했던 4명의 여학생들은 모두 사망했고, 쉐보레 차량 운전자 애비 쇼트 씨는 다리에 부상을 입었다. 운전자인 아그네스는 골반과 뇌 손상을 입은 채 줄곧 혼수상태에 있다가 지난 5월 애틀랜타의 척추 및 뇌손상 전문 병원인 셰퍼드센터로 이송된 후 조금씩 호전기미를 보여 왔다.

아버지 김씨에 따르면 아그네스는 현재까지 손과 발을 자유롭게 움직이거나 말을 하거나 입으로 먹지는 못한다. 의식이 돌아왔지만 완벽하게 깨어났다고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다만 언어치료, 물리치료 등을 받으면서 조금씩 상태가 호전되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그는 “의사들도 병세가 계속 좋아지고 있고, 더욱 좋아질 것이라고 말한다”고 전했다.

아그네스의 증상이 호전되고는 있지만 언제 다시 정상인처럼 활동할 수 있을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그는 “앞으로 어떤 일이 닥칠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며 “재활치료를 제외하고 의사가 더이상 치료할 것이 없는 시점에는 퇴원을 해야하는데, 어떻게 통원치료를 해야할 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래도 “딸이 이겨내고 있는 모습에 힘을 낼 수 밖에 없다”는 김씨의 목소리는 밝기만 했다.

친구 4명의 목숨을 앗아간 교통사고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까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조지아 주 경찰과 고속도로 순찰대는 거듭 조사를 벌였지만 지금까지 밝혀진 사실은 약물이나 알코올이 사고의 원인은 아니라는 것뿐이다.

권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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