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전당대회 닷새 전 TK 초선들 만나겠다는 박 대통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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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청와대에서 새누리당 대구·경북(TK) 의원들을 만날 예정이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경북 성주 배치를 둘러싼 지역 민심을 듣고 대책을 모색하는 취지라고 한다. 지난달 중순부터 TK 의원들이 면담을 요청해왔고 박 대통령도 2일 국무회의에서 “사드 관련 지역 국회의원들을 만나겠다”고 밝힌 데 따른 자리란 게 청와대 설명이다.

 그러나 이번 면담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적절하지 못하다. 우선 새누리당 전당대회(9일)를 불과 닷새 앞두고 열린다는 점이다. 비박계 후보가 2명으로 압축돼 이정현·이주영 등 친박계 후보들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청와대가 친박계 후보에게 힘을 실어주려 급하게 자리를 마련했다는 의혹을 받기 십상이다. 아무리 사드 문제가 긴급하다지만 TK 지역 의원들만 콕 집어 만나는 것 또한 논란을 부추길 대목이다. TK 의원 중에서도 유승민 의원 등 지역 민심을 직언할 수 있는 비박계 중진들은 빠지고 청와대에 고분고분한 ‘진박’ 계열 초·재선 11명만 참석한다니 의구심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이들은 면담 도중 ‘전당대회에서 TK의 역할’을 건의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TK 의원과 당원들이 똘똘 뭉쳐 청와대 입맛에 맞는 후보를 지지하는 방안을 논의하겠다는 뜻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박 대통령은 4·13 총선을 불과 한 달 앞두고 대구·경북을 찾아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도청 개청식 참석이 명분이었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이는 없었다. 대통령이 ‘진박’ 후보들의 공천을 밀어주기 위해 직접 내려온 것이란 해석이 대세였다. 청와대가 공천에 노골적으로 개입한다는 의혹이 굳어지면서 새누리당은 핵심 지지층의 외면을 받아 총선에서 참패했다.

 박 대통령이 TK 의원들과의 면담을 강행한다면 9일 전당대회에서도 비슷한 비극이 되풀이될 수 있다. 친박계 후보들이 여론의 역풍을 맞아 참패하고 계파 갈등은 더욱 격화될 우려가 크다. 박 대통령은 면담을 전대 이후로 미루는 것이 옳다. 그보다는 야당과 성주 주민들을 만나 사드 배치의 당위성을 설득하고 상처 입은 민심을 달래는 것이 우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