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의 전반적인 호실적 행진 속에서 농협금융만 ‘충당금 쇼크’ 때문에 대규모 적자를 거뒀다. 구조조정에 들어간 조선ㆍ해운업에 돈이 물린 탓이다.
NH농협금융지주(농협금융)는 올 상반기 당기순손실 2013억원을 기록했다고 2일 밝혔다. 농협금융의 명칭사용료 부담전 당기순손실 592억원이다. 명칭사용료는 농협법에 따라 농협금융이 농협중앙회에 매 분기 내는 분담금이다.
올 1분기의 경우 당기순이익 1604억원(명칭사용료 부담전 당기순이익 894억원)이었고, 지난해 상반기 실적은 당기순이익 56754억원(명칭사용료 부담전 당기순이익 370억원)이었다.
이같은 실적 악화에 대해 농협금융은 “농협손해ㆍ농협캐피탈 등 비은행 부문은 크게 선전했지만 주력 자회사인 농협은행의 충당금 부담 때문에 손실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농협금융은 상반기 모두 1조 3589억원의 신용손실충당금을 적립했다. STX조선 4398억원, STX중공업 1138억원, 창명해운 2990억원 등 조선ㆍ해운업에 대한 대손비용(1조 1200여억원) 비중이 컸다.
김용환 농협금융 회장은 지난 6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 위원회에 출석해 “조선산업에 6조원, 해운산업에 1조원을 투자했다”고 밝혔다.
신한(1조267억원)ㆍKEB하나(7990억원)ㆍKB국민(7432억원)ㆍ우리(7503억원) 등 4대 은행은 올해 상반기 큰 이익을 봤다고 최근 발표했다. 이들 은행 역시 조선ㆍ해운업 구조조정의 여파가 미쳤지만 선제적으로 대손충당금을 쌓고 비용을 줄인 덕분이란 게 금융권의 설명이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