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세계를 위한 미국’…트럼프 ‘미국만 위한 미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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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 클린턴의 ‘함께 리더십’과 도널드 트럼프의 ‘나만이 리더십’이 올 11월 8일 대선일을 향해 상극 대결에 돌입했다. 클린턴은 28일(현지시간) 대통령 후보 수락연설에서 ‘함께’라는 단어를 16차례 사용하며 통합의 리더십을 강조했다. 트럼프에 대해선 “우리를 갈라 놓으려 한다”고 분열의 리더십으로 공격했다. 무대 뒤 스크린엔 캠프 슬로건 “Stronger together(함께하면 강해진다)”가 선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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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턴은 “모든 세대가 이 나라를 더 자유롭고 더 공정하며 더 강하게 만들기 위해 함께해 왔다”며 “누구도 혼자서는 할 수 없다”고 선언했다. 트럼프가 지난 21일 수락연설에서 “나보다 시스템을 더 잘 아는 사람은 없으며 나만이 이를 고칠 수 있다”고 한 데 대한 정면 공격이다.

클린턴 “누구도 혼자서 할 수 없다”
수락 연설서 “함께” 16차례 강조
트럼프, 국내외 불안과 분열 부각
“나만이 시스템 고칠 수 있다” 주장

클린턴은 트럼프의 동맹 재편론과 미국 무시론도 반박했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는 ‘아메리카니즘(Americanism)’을 슬로건으로 내건 트럼프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를 놓고 “회원국들이 져야 할 부담을 안 지고 있다”며 나토를 안보 무임 승차국들로 비난했다. 한국·일본에도 동일하게 거론했던 주장이다. 그러나 클린턴은 “나토와 함께하는 게 자랑스럽다”며 동맹 존중을 강조했다. 미국이 주도하는 전 세계 군사동맹은 현재대로 유지되고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미국 주도의 세계 평화)’가 계속될 것임을 예고한다.

클린턴은 트럼프의 비관적 미국관을 놓고도 반발했다. 클린턴은 “발전은 가능하다”며 “이 나라가 약하다 말하게 하지 말라. 우리는 약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일주일 전 트럼프가 “수락연설을 하는 오늘 밤에도 미국인들은 거리의 폭력과 지역사회의 혼란을 목도하고 있다”고 말한 것과 정반대다. 버락 오바마 정부를 놓고 트럼프가 “미국과 세계가 더 불안해졌다”고 비난한 데 대해 클린턴은 “오바마 리더십으로 미국이 더 강해졌다”고 옹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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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을 놓고도 트럼프와 클린턴은 대척점에 서 있다. 아웃사이더 트럼프는 “우리가 직면한 문제들은 이를 야기한 동일한 정치인에 의존하는 한 계속된다”며 변화를 내걸었지만 클린턴은 “위기상황에 (백악관) 집무실에 앉아 있는 트럼프를 상상해 보라. 트위터 글 하나에 낚일 수 있는 사람에게 핵무기를 맡기겠는가”라며 안정적 리더십을 내걸었다. 단 클린턴과 트럼프는 버니 샌더스 지지층에 대한 구애에선 같았다.

트럼프는 “우리가 일자리를 뺏은 무역협정 문제를 해결할 것이기 때문에 샌더스 지지자들이 동참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클린턴도 이날 샌더스를 향해 “당신이 추구하는 게 내가 추구하는 것”이라며 “함께 이루자”고 말했다.

필라델피아=채병건 특파원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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