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수원 등 16개 시민 9만4000명, 복지혜택 차별 받는 이유 있었네

중앙일보

입력

#경기도 부천시 상동에 거주하는 A씨(67)는 1억3500만원짜리 주택을 소유하고 매월 84만원을 벌고 있다. A씨의 집과 8차선 도로 맞은편인 인천시 계양구에 사는 B씨(67)도 A씨와 똑같이 1억3500만원의 주택에 월 소득 84만원으로 생활하고 있다. 하지만 A씨는 기초노령연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하고 반면 B씨는 정부로부터 기초노령연금 16만원을 매월 받는다. 도로 하나 차이로 연금대상자 여부가 결정된 것이다.

#경기도 용인에서 전세 5400만원, 월 소득 107만원으로 4인 가족이 근근이 생활하고 있는 C씨(45)는 기초생활수급자에서 제외돼 있다. 반면 C씨와 똑같은 조건으로 부산시 해운대구에 사는 D씨(44)는 기초생활수급자여서 매달 20만원을 월 생계비 지원을 받는다.

이 두 사례는 경기도가 재산과 소득 등 모든 상황이 똑같다는 가상의 조건 하에 경기도민과 타지역 주민의 복지혜택을 비교한 결과다. 똑같은 광역 시·도 산하 기초 지자체 시민인데도 정부의 복지혜택이 차별적으로 지원되고 있는 것이다. 현행 복지비 지급 대상자의 소득수준을 알아보는 지표인 ‘지역별 주거유지 비용공제 기준’이 경기도에만 불리하게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26일 경기도에 따르면 복지부는 '지역별 주거유지 비용공제 기준'을 3단계로 구분한다. 3단계는 ①특별시와 광역시를 포함한 ‘대도시’, ②광역도 아래에 있는 기조단체인 ‘중소도시’, ③광역도의 군(郡)을 포함한 농어촌도시다.

복지부는 기초노령연금을 받는 대상자의 주택 공제 기준액을 대도시는 1억3500만원, 중소도시는 8500만원, 농어촌은 7250만원으로 책정했다. 또 기초생활수급자(전세기준)는 대도시 5400만원, 중소도시 3400만원, 농어촌 2900만원을 기준 공제액으로 정했다. 현재의 주택가격에서 기준 공제액을 뺀 금액을 소득으로 인정해 복지혜택 대상자 여부를 선별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복지부의 이런 기준 공제액이 현실과 다르다는 게 경기도의 주장이다. 경기도의 평균 주택가은이 1억8000만원(2013년 3월 기준)이다. 이는 인천ㆍ부산 등 6대 광역시는 평균 1억4000만원보다 높다. 그런데도 복지부 지표상 서울·부산·인천 등 6대 광역시는 대도시로 분류되고, 경기도 산하 지자체는 중소도시(수원·용인·부천 등)와 농어촌도시로 분류돼 있다. 주택가격이 높은데도 복지부가 인정하는 기준 공제액은 낮게 평가돼 경기도민들이 기초노령연금이나 기초생활수급 대상자가 되지 못한다는 것이 경기도의 설명이다.

실제로 경기도가 이해를 쉽게하기 위해 제시한 가상 사례인 A씨는 기준공제액에 따라 1억3500만원의 주택가격 중 8500만원을 공제받는다. 나머지 5000만원은 고스란히 A씨의 소득으로 간주된다. 반면 B씨는 주택 전액을 공제받아 월 소득 100만원 이하의 소득 차액분 16만원을 기초노령연금으로 받는다.

C씨도 전세금 5400만원 중 3400만원만 공제돼 나머지 금액이 소득으로 잡혀 수급대상에서 제외됐다. 반면 D씨는 주택 가격만큼 모두 공제받고 127만원에서 소득 107만원을 뺀 20만원의 기초생활수급을 받는다.

현행 기초노령연금 대상자는 65세 이상으로서 소득하위 75%이거나 월 소득 100만원 이하(부부합산 160만원)인 경우다.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는 4인 가족 월 소득 127만원 이하(1인 월 47만원)인 경우에 생계비를 받는다.

이런 구조적 문제가 드러남에 따라 경기도는 불합리한 현행 제도 바로잡기에 나섰다. 경기도는 지난 22일 ‘지역별 주거유지 비용 공제 기준’을 현실에 맞게 적용해 달라는 내용의 제도 개선안을 복지부에 제출했다. 6대 광역시보다 주택평균 가격이 높은 수원ㆍ용인ㆍ성남ㆍ고양 등 도내 16개 시(市)를 대도시로 분류해 달라는 취지다.

도는 불합리한 기준이 개선되면 기초연금 1만5000명, 기초수급자 7만9000명 등 9만4000명이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한다. 수혜금액만 연간 5000억원 규모다.

배수용 경기도 보건복지국장은 “제도가 개선되면 경기도는 500억원 가량의 재원 부담이 늘어난다”면서도 “하지만 잘못된 선정 기준으로 도민 9만4000명이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것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뜻에서 정부에 건의하게 됐다”고 말했다.

수원=임명수 기자 lim.myoungsoo@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