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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벤츠의 미래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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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미트리스 실라키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대표는 “벤츠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로 친환경차의 방향을 정했다. 2~3년 안에 전 차종으로 라인업을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벤츠 E300 아방가르드 7350만원, S500L 4MATIC 1억9610만원.’

[J가 만난 사람] 실라키스 벤츠코리아 대표
하이브리드는 이도저도 아닌 차
2~3년 내 모든 라인업으로 확대
럭셔리 브랜드, 소비자 취향 맞춰야
신차 출시 전 ‘한국화’ 과정 꼭 거쳐
지난해 한국 시장에 20억원 기부
재능 기부 등 사회 공헌 확대할 것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좀처럼 위 가격에서 깎아서 사기 어렵다는 것을. 할인 프로모션과 마케팅에 한창인 수입차 브랜드와 달리 메르세데스-벤츠는 정가 판매 원칙을 고수하는 브랜드다. 그런데도 한국 소비자들은 아낌없이 지갑을 연다.

디미트리스 실라키스(50) 벤츠코리아 대표는 지난 20일 서울 남대문로 본사 집무실에서 진행한 본지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가격은 곧 브랜드 가치다. 벤츠는 쉽게 타협하지 않을 것이다. ‘럭셔리’ 브랜드라면 그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9월 벤츠코리아 신임 대표로 취임했다. 이전까지 그리스·브라질을 거치며 20년 넘게 벤츠 마케팅에만 매달려 왔다. 2014년 벤츠 브라질 대표 때 판매를 두 배로 늘린 실적을 인정받아 지난해 벤츠코리아 대표로 취임했다. 그런 그에게 한국 시장의 특징을 물었더니 “요구 수준이 높다(very demanding)”는 답이 돌아왔다. 그는 “(한국 소비자는) 정보를 많이 갖고 있고, 모든 사안에 대해 매우 빠르게 반응한다. 최상의 품질을 제공하는 벤츠에게도 자극을 주는 요소”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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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에게 한국 시장은 어떤 의미일까. 일단 숫자 상으로 글로벌 8위 규모다. 최고급 세단으로 좁혔을 땐 더 큰 시장이다. S클래스와 E클래스는 3위, 마이바흐는 2위다. 중요한 한국 시장을 붙잡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 그는 지난달 출시한 신형 E클래스로 답을 대신했다.

“E클래스는 처음 개발할 때부터 한국 시장을 고려했습니다. 벤츠 본사 인력이 직접 한국에서 장기간 주행 테스트를 진행했습니다. 특히 내비게이션을 많이 다루는 한국 소비자 취향을 반영해 고화질 디스플레이와 3D 지도를 적용했습니다.”

그는 한국 소비자 취향에 맞추는 과정을 ‘코리아나이즈(Koreanize·한국화)’라고 표현했다. 그는 “벤츠 본사에서 가장 많이 신경쓰는 부분이 ‘코리아나이즈’다. 여기 집중하기 위해 2014년에 한국화를 전담하는 연구개발(R&D) 센터를 서울 본사 안에 세웠다”고 설명했다. 벤츠 신차를 개발할 때 국내 교통 환경을 최대한 반영할 수 있도록 연구하는 곳이다. 올해 연말까지 연구 인력을 15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친환경차 전략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도요타가 강세를 보이는 하이브리드차, 테슬라·닛산·BMW가 강세를 보이는 전기차에 대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하이브리드차는 이도저도 아닙니다. 가솔린 엔진으로 주로 달리고 전기 모터를 거의 안 씁니다. 전기차는 충전 인프라가 부족해 활용도가 떨어집니다. 그래서 벤츠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 차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2~3년 내에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를 모든 라인업으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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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올 하반기 출시 예정인 벤츠 S클래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 연비가 L당 33.3㎞(유럽 기준)에 달한다. [사진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올 하반기엔 S클래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국내 출시할 계획이다. 6기통 3L 가솔린 엔진을 얹어 최고출력 330마력, 최대토크 48.9kgf·m의 성능을 내는데도 연비가 L당 33.3㎞(유럽 기준)에 달한다. 전기 모터로만 최대 30㎞까지 달릴 수 있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외에 하반기 출시를 기다리는 신차도 소개했다. 최대 기대주는 ‘GLS’. ‘GL’이 붙은 벤츠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 중 ‘S’클래스 급으로 생각하면 된다. 벤츠가 국내 최초로 출시하는 7인승 대형 SUV다. 그는 “올해 SUV 판매 비중을 지난해 2배인 15%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폴크스바겐 ‘디젤 게이트’ 사태에서 드러났듯 독일 본사와 한국 법인 간 폐쇄적인 의사소통 구조에 대해서도 물었다. 그는 “우린 본사와 ‘파워 게임’을 하는 관계가 아니다. 본사로 하여금 한국 시장 투자를 늘리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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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인 성과도 나열했다. 그는 “2014년엔 본사에서 520억원을 투자해 국내에 부품 물류센터를 준공했고, 지난해 250억원을 투자해 아시아 최대 규모 직원 교육센터도 세웠다”고 설명했다. 실라키스 대표는 “사회공헌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하자 손사래를 쳤다. 그는 “조심스럽지만 지난해 한국 시장에 20억원을 기부했다. 수입차 브랜드 중 가장 많다”면서도 “시작에 불과하다. 단순 기부 뿐 아니라 자동차 전문 인력 양성, 안전 교육 등 재능 기부에 초점을 맞춘 사회 공헌을 확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PHEV)=하이브리드차와 마찬가지로 엔진·전기모터를 모두 사용한다. 다만 전원 케이블로 전기 플러그에 꽂아 충전할 수 있는 차이가 있다. 충전한 전기로 주행하다 전기를 다 쓰면 가솔린 엔진과 전기모터로 작동하는 하이브리드차 방식으로 운행한다. 하이브리드차보다 연료 효율이 높다.

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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