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공의 대북 영향력 파국방지 도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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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전두환 대통령은 북한과의 대화에 진정한 진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견해를 밝히고 이북의 공산정권은 남북대화를 한반도 무력통일 전략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3시간에 걸친 인터뷰에서 전대통령은 군사적 긴장을 강조하면서 북한은 「7일 전쟁」으로 한국을 기습 공격하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소련으로부터 신무기와 군사협력을 얻고 있는 것은 불길한 징조라고 말했다.
『간단히 말해 전쟁위협은 현실이다』고 그는 말했다.
전대통령은 소련이 아시아에서 더욱 적극적인 군사활동을 시작했으며 남한은 아시아지역에서의 전략적 견지에서 소련에는 매혹적인 요지가 된다고 말했다.
반면 중공은 북한에 대해 어느 정도의 영향을 행사하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전대통령은 자신은 현재의 7년 임기가 끝나는 1988년에 하야하겠으며 그때까지는 대통령 직선제개헌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정부가 반대 인사들을 괴롭히고 있다는 비판을 일축하면서 국회는 매우 자유스러워 야당의원들이 때로 그들 나름대로 행동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1988년 서울올림픽에 북한이 참가하도록 초청한다고 반복해 말하면서 그러나 남북대화가 여기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비 공산권 국가들이 보호무역주의를 배격해야 하며 보호주의는 공산국가들에만 이득을 준다고 말했다.
전 대통령은 미군측이 최근 북한병력을 74만 명에서 88만 명으로 증강된 것으로 추산하고 있으며 북한은 DMZ에 병력을 증강 배치하고 약 2백30t의 화학전무기를 비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소련이 MIG-23진투기 26대를 북한에 이미 공급했으며 앞으로 50대는 보유하게 될 것으로 예측된다며, DMZ 근방에 새로이 두개의 비행장을 건설했고 소련제 SA-3 대공 미사일이 최근에 도입되었다는 보도를 인용했다.
전 대통령은 1984년 김일성이 소련을 방문한 이래 소련과 북한은 군사적으로 더욱 밀착되었다고 하면서 『소련비행기가 북한영공을 자유롭게 비행하고 있고 소련함대도 북한 항구에 기항하고 있으며 매월 소련의 배저 정찰기가 DMZ 상공에 대한 전술정찰을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 대통령은 소련의 이러한 행동은 동아시아에서의 자국의 군사적 영향력을 증대시키려는 보다 큰 계획의 일부라고 지적했다.
전 대통령은 소련 전략군의 3분의1이 아시아에 배치되고 있다면서 만약 소련이 남한을 손에 넣으면 소련은 이 지역에서의 미국의 전략적 이익을 일격에 무력화할 수 있으며 소련과 북한 양국의 공격적 정책이 합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북한의 또 다른 우방인 중공이 한반도 문제에 대한 영향력 행사에 있어 어느 정도의 역할을 추구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하면서 『본인은 중공이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증대시키기를 기대한다. 그러면 이 지역에서 일어날 수 있는 파국을 방지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고 말했다.
전 대통령은 김일성과의 회담제의를 되풀이하면서 자신이 그 문제에 대해 낙관적이지 않음을 시사했다.
전 대통령은 『그들은 남북회담이 대남 적화 목표달성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하고 『과거에 북한측이 우리와 회담하기를 원했을 때는 언제나 그들 나름의 동기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북한에 지금은 정지된 회담을 재개하라는 국제적 압력이 증대될 것이라고 예측하면서 전대통령은 회담이 금년 후반에는 재개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작년에도 북한은 한미합동군사 연습에 항의하기 위하여 회담을 취소했으나 연습이 끝나자 곧 재개했었다.
국내정치에 언급하면서 전 대통령은 박정희 대통령 사후 제정한 헌법규정에 따라 1988년에 하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 대통령은 『우리는 대통령이 선거에 의한 후계자에게 평화적으로 정부를 이양하는 선례를 확립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했다.
전 대통령은 즉시 개헌하여 현재의 대통령선거인단에 의한 간선제 대신에 대통령 직선제를 실시하라는 제1야당의 요구를 거부하였다.
전 대통령은 『필요하다면 개헌문제는 1989년 이후에 거론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야당 지도자들은 전 대통령이 하야 후에도 새로운 대통령의 배후의 힘으로서 계속 국가를 통치할 것이라고 보고있다. 1988년 이후의 계획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고 전대통령은 현 여당인 민정당의 평당원으로 남아 있을 것이나 스스로 큰 영향력 있는 역할을 담당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대통령은 야당을 경쟁자라기보다 적으로 간주하고 있다는 주장에 관하여 질문을 받고 그러한 비판은 한국 내 정치실정을 이해하지 못하는데서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야당을 방해하고 괴롭히고 있다는 비판을 일축하면서 전 대통령은 『야당의원들은 국회의사당 내에서 매우 자유롭게 행동한다. 이따금 그들은 자기본위의 자유를 행사하여 거리낌없는 행동을 하기도 한다』 고 말했다.
그는 『미 의회에서도 소수당의원이 자기의 의사가 관철되지 않았다고 해서 의장석을 강점하는 일이 일어나는가』라고 반문하였다. 이는 12월중에 야당의원들이 의사당에서 농성하였던 사실에 언급한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동시에 전대통령은 한국이 역사적으로 겪은 전쟁과 1945년까지의 일본의 식민지배를 들어 한국에서의 민주주의 발전이 서양의 기준으로 판단되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전대통령은 또한 최근 한국에서 나타나고 있는 반미감정은 극히 미미한 사람들에게나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한국인들이 미국인들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는 나의 말은 절대다수의 국민들을 대변해서 하는 말이다. 그러한 친근감이 우리들간에는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전 대통령은 일부의 학생과 정치인 및 종교인들이 반미주의를 『그들의 개인적인 정치적 사리를 위하여』이용해 왔으며 그러한 견해를 폭력적으로 표현하는 사람들에 대하여는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전대통령은 세계무역이 보호무역주의에 의해 심각하게 손상되고 있다는 점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1인당 국민소득이 1960년의 83달러에서 현재의 2천 달러로 증가한 것으로 공식 보고된 한국의 산업화를 위한 돌진은 거의 수출에 의하여 이루어졌다.
그는 한국을 일본과 비교하는 것은 불공평하다고 일축했다. 그는 한국의 GNP는 일본의 15분의1에 불과하며 채무국이고 자본 수출국도 아니며 일본이 무역흑자인데 반해서 한국은 국제수지 면에서 적자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이 제2의 일본으로서 함께 제재 받아야 한다』는 논리는(한국으로서는) 『불공평하고 몹시 부당한 일』이라고 전 대통령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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