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에게 고사성어 인용하며 '사드 후폭풍' 맞선 윤병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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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세(외교부 장관·왼쪽)와 왕이(중국 외교부장)

오늘 회담에선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가 중국의 전략적 안보 이익을 해치지 않는다는 점을 상세하고 당당하게 설명했다. 중국은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24일 밤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열린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중국 왕이 부장 간의 한·중 외교장관회담 직후 외교부 당국자가 기자들과 만나 전한 회담 결과다. 중국의 기존 입장은 사드 배치가 동북아 지역의 안정을 저해하고, 역내 전략적 균형을 훼손하므로 사드 배치 프로세스를 중단하란 것이다. 돌려서 표현하고 있지만, 결국 사드 배치와 관련한 입장 차만 확인한 셈이다.

이 당국자는 “윤 장관은 증대되는 북핵 위협은 우리에겐 국가와 국민의 생존이 걸린 문제로서 북한이 도발할 경우 가장 큰 희생자는 우리나라와 국민인 바, 국가의 안위와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자위적 방어조치로서 사드 배치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또 이는 책임있는 정부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란 입장을 설명했다”고 말했다. 또 “양국이 협력하는 과정에서 여러 도전에 직면할 수 있지만, 특정 사안으로 인해 한·중관계 전체가 영향을 받아선 안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9월 중국 항저우에서 열리는 주요20국(G20) 정상회의 등 다자회의를 계기로 양국 간 소통을 지속해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윤 장관은 사드 문제에 대한 의견을 나누던 중 여러 고사성어까지 쓰며 중국 측을 설득하려 애썼다. ‘추신지불(抽薪止沸), 전초제근(剪草除根)’으로, 아궁이 장작불을 빼면 물을 식힐 수 있고, 풀을 없애려면 뿌리를 뽑아야 한다는 뜻이다. ‘봉산개도 우수탑교(逢山開道 遇水搭橋)’라는 말도 인용했다. 산을 만나면 길을 내고 물을 만나면 다리를 놓는다는 뜻으로, 어려운 일이 있을 수록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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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문제로 각을 세우기는 했지만, 양 측은 북핵 문제에서는 한목소리를 냈다고 한다. 왕이 부장은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재확인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 2270호를 엄격하게 이행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윤 장관은 북한의 계속되는 탄도미사일 발사 등 추가도발을 거론하며 대북 압박에 있어 중국 측의 협력을 요청했다.

윤 장관은 회담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양국 간에 상호 관심사에 대해 아주 진지하고 포괄적으로 이야기했다.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소통할 계기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엔티안=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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