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을 투표함’ 29년 만에 개봉…노태우 72.4%

중앙일보

입력 2016.07.22 01:48

업데이트 2016.07.22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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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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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대선 구로을 투표함 개함·계표식이 열린 21일 서울 종로구선거연수원에서 정종오 계표TF팀장이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개함 결과 투표용지 수는 4325장으로 당시 선관위가 파악한 숫자와 일치했다. [뉴시스]

1987년 ‘구로구청 농성 사건’의 발단이 된 서울 구로을 선거구 투표함이 29년 만에 개봉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한국정치학회는 21일 서울 종로구 선거연수원에서 13대 대선 당시 부정 투표 의혹을 받아 개봉되지 못한 부재자 투표함을 열어 계표 작업을 했다.

7년 대선 때 구로구청 사태 발단
투표함 무효 처리 뒤 봉인해 보관

대선이 치러진 87년 12월 16일 오전 11시30분쯤 구로을 선관위 관계자가 이 투표함을 개표소로 옮기는 도중 그 안에 부정 투표용지가 들어 있다고 확신한 시민들이 몰려드는 일이 벌어졌다. 당시 시위 시민들은 “투표가 끝나기도 전에 투표함을 왜 개표소로 보내느냐. 부정 투표의 증거물인 투표함을 지키겠다”며 구로을 선관위가 있는 구로구청을 점거하고 40여 시간 동안 농성을 벌였다. 결국 경찰이 투입됐고, 이 사건으로 무려 1000여 명이 연행돼 이 중 200여 명이 구속됐다.

당시 선관위는 이 투표함에 4325표가 들어 있을 것으로 추정했으나 무효 처리한 채 봉인을 뜯지 않고 선관위 자체 수장고에 보관해 왔다. 노태우 당선자와 2위였던 김영삼 후보 간 득표 차가 194만여 표에 달해 당락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판단에서다.

개함 결과 총 투표용지 수는 4325장으로 당시 선관위가 파악한 숫자랑 일치했다. 계표 결과는 기호 1번 민주정의당 노태우 후보가 3133표로 가장 많이 득표했고, 기호 3번 평화민주당 김대중 후보가 575표로 뒤를 이었다. 기호 2번 통일민주당 김영삼 후보는 404표, 기호 4번 신민주공화당 김종필 후보는 130표를 얻었다. 이 투표용지의 진위 여부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검증과 당시 관계자에 대한 조사를 벌여 가릴 계획이다. 이날 계표 현장에는 당시 시위에 참여했던 더불어민주당 이종걸(5선·안양만안) 의원이 자리했다.

한국정치학회장인 강원택 서울대 교수는 “구로구청 농성 사건은 공정한 선거 관리나 국가의 중립성에 대한 믿음이 없는 상태에서는 사소한 의혹이 심각한 정치적 사태로 발전할 수 있다는 걸 확인한 셈”이라며 “오늘을 시작으로 정치학회에서도 87년 구로구청 부정선거 사태에 대해 관련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상 기자 groun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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