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과 언어 담당하는 인간 뇌지도 그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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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두뇌 대뇌피질의 뇌 지도. 성인남녀 210명의 뇌를 MRI로 촬영해 그렸다. [네이처]

 미국 워싱턴대와 영국 옥스퍼드대 등 국제연구팀이 자기공명영상장치(MRI) 등을 이용해 인간의 뇌 일부를 지도로 만드는 작업에 성공했다. 연구팀이 뇌지도를 작성한 부분은 대뇌피질이다. 대뇌겉질(cerebral cortex)이라 불리기도 하는 대뇌피질은 두께 2~4㎜로 얇은 살점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기억, 언어, 사고 등 인간 활동의 중요 부분을 차지한다. 하지만 대뇌피질의 부위에 따른 기능이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성인남녀 210명의 뇌활동을 담은 MRI 영상을 촬영했다. 이를 분석해 뇌가 휴무 상태에 있을 때와 활발히 움직이고 있을 때를 비교했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기능에 따라 대뇌피질을 180개 영역을 구분했다. 지금까지 기능이 확인되지 않았던 대뇌피질 영역 90여개를 새롭게 확인한 것이다. 그럼에도 이는 뇌 중 극히 일부의 기능이 새롭게 발견된 것에 불과하다.

 과학 발전에도 인간의 뇌는 여전히 미지의 영역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런 뇌를 두고 “인류는 몇 광년 떨어진 은하도 찾아내고 원자보다 작은 미립자도 규명하지만 양쪽 귀 사이에 있는 3파운드(1.4㎏)짜리 뇌의 미스터리는 아직 풀지 못했다”고 말했다. 2013년 4월 ‘브레인 이니셔티브(BRAIN initiative)’를 발표하면서다.

미국 정부는 향후 10년간 뇌 지도 작성에 30억 달러(약 3조5000억원)를 투입할 예정이다. 뇌 지도란 1000억 개로 추정되는 뇌 신경세포(뉴런)를 3차원 지도 형태로 만드는 것이다. 1000억 개로 추정되는 뉴런을 이어붙이는 건 고난도의 작업이다. 한 사람의 뇌 속 뉴런을 이어 붙이면 18만㎞에 달한다. 지구를 네 바퀴 돌 수 있는 길이다. 이런 지도 작성이 끝나면 치매 등 치료에도 활용할 수 있다.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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