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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뇌졸중 많은 선진국 없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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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어제까지만 해도 멀쩡하던 사람이 갑자기 쓰러져 한쪽 팔다리를 못쓰게 되었다거나 또는 사소한 말다툼이나 스포츠 중계를 보던 중 흥분 끝에 쓰러져 영영 일어나지 못하는 경우를 우리는 종종 보아오고 있다.
이들의 대부분은 뇌혈관을 흐르는 혈류에 갑자기 이상이 생긴 때문으로 이 같은 뇌혈관질환으로 인한 급성 뇌장애를 보통은 뇌졸중, 혹은 중풍으로 부른다. 이 뇌졸중이 우리나라에서는 사망순위 1위에다 다른 나라와는 달리 계속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증가 경향은 진단기술이 발전한 때문이기도 하지만 성인병 관리가 그만큼 헛돌고 있다는 뜻도 된다.
경제기획원 조사통계국이 해마다 집계, 분석하고 있는「사망원인통계」에 의하면 81년의 경우 전체사망자의 9.7%가 뇌혈관질환 때문이었으나 82년에는 14.2%, 다시 83년에는 15.6%로 높아졌다.
이 비율은 일본의 21.8%에는 미치지 못하나 서독 (14.4%), 홍콩 (13.0%), 프랑스 (12.4%), 미국 (8.8%), 태국(2.2%)등 그 밖의 대부분 나라에 비해서는 매우 높은 편이다.

<허술한 성인병 관리>
일본도 현재로는 우리보다 높으나 점차 감소하고 있어 심각한 폭은 오히려 우리나라라 할 수 있다. 즉 일본은 70년에 전체사망자의 25.4%가 뇌혈관질 환자였으나 75년에는 24.8%, 80년 22.5%, 81년 21.8%로 계속 낮아지고 있으며 사인순위에서도 81년부터는 암에 선두자리를 넘겨주어 우리와 대조를 보이고있다.
더우기 일본은 환자의 8할 이상이 적기에 치료를, 받고있으나 우리는 뇌졸중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절반이상의 환자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서울대 의대의 이상복교수(신경과)는 뇌졸중의 감소는 선진국형 질병패턴의 표본이라며 뇌졸중을 잡지못하는 한 복지국가는 이룩될 수 없다고 단언한다.
그러면 이 같은 뇌혈관질환이 왜 그렇게도 많은 것일까.
그것은 뇌혈관 자체의 특수성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혈관이란 인체 각 장기나 조직에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는 것으로 그것이 하나의 관인 이상 막힐수도 터질수도 있는데 체내의 혈관중에서 가장 중요하면서도 취약한 곳이 바로 뇌혈관이라는 이규창교수(연세대의대신경외과)의 설명이다.
뇌는 무게에서 체중의 2%정도에 지나지 않으면서도 산소와 영양분은 20%정도를 소비한다. 말하자면 뇌는 그 부피에 비해 혈액을 그만큼 많이 요구하는 곳이다.

<마비·혼수 소생 못해>
뇌 세포는 저 산소 상태에서는 활동력이 극히 약하기 때문에 혈관의 고장으로 산소를 공급받지 못하면 수 초내에 파괴되고 한번 파괴된 세포는 재생이 되지 않는다.
거기다 뇌의 혈관 벽은 다른 혈관에 비해 약한 편이며 혈관 자체가 주변의 압력에 견디는 힘도 약하다. 다른 부위의 혈관은 출혈이 돼봐야 부어 오르는게 고작이지만 뇌에서의 출혈장애는 급사의 원인이 되며 생명을 건지더라도 심한 후유증이 남는다는 데서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이다.
뇌혈관질환은, 크게 뇌출혈과 뇌경색으로 나뉜다.
뇌출혈은 뇌혈관이 터져서 출혈된 피가 뇌 조직을 압박함으로써 여러가지 증세나 장애를 초래하는 것이고, 뇌경색은 뇌혈관이 막혀 피가 통하지 못하는데서 생기는 범으로 뇌출혈이 고혈압과 관계가 깊다면 뇌경색은 동맥경화증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다른 나라서는 80%정도가 뇌경색증이나 우리나라에서는 예후가 나쁜 뇌출혈쪽이 60∼70%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것은 한국인이 고혈압 관리를 잘못하고 있다는 풀이가 될 수 있다.
뇌졸중의 첫번째 유형인 뇌출혈은 다시 뇌실질내출혈(뇌내출혈) 과 지주막하 출혈의 둘로 나뉜다.
뇌실질내출혈은 뇌혈관의 분지가 혈류의 영향을 많이 받아 이곳에 꽈리(미세동맥류) 모양의 부푼 부위가 생기고 이것이 혈류의압력(혈압)이 갑자기 높아질 때 순간적으로 터지는 현상이다.
이같은 뇌졸중은 대개 평소 혈압이 높은 사람이 정신적인 흥분이나 과도한 스트레스, 또는 추위에 노출될 때 혈압이 급격히 오르면서 혈관이 터져 출혈이 일어나는데 출혈의 정도나 부위에 따라 두통·현기증·구토 등의 증상이 나타나며 출혈된 뇌의 반대쪽 팔, 다리에 마비가 오고 점차 의식을 잃게된다.
발병은 취침때보다는 한창 일에 몰두하는 낮에 많이 일어나며 발병 직후 혼수의 진행이 빠를수록 소생 가능성이 적은데 이 경우는 대개 출혈이 심하거나 출혈부위가 위험한 곳일 경우다.
지주막하출혈은 뇌척수액이 흐르고 있는 공간(지주막 아래쪽)으로 피가 터져 나오는 것으로 뇌동맥류나 뇌동정맥기형(선천적으로 뇌모세혈관이 형성되지 않고 동맥과 정맥이 직접 연결된 경우)이 있을 때 생기기 쉽다.
뇌동맥류는 40∼50대, 동정맥기형은 20∼30대의 젊은층에 발생빈도가 높다.
변비가 심한 사람이 힘주어 변을 보거나 무거운 짐을 들거나 심한 부부행위 도중에 일어나는 뇌졸중은 대개 여기에 속한다.
지주막하출혈의 증상은 쇠망치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 같은 격렬한 두통이 있고 정신이 아찔해지면서 귀 뒷머리가 뻣뻣해지고 오심·구토 내지는 가벼운 의식장애가 오게되는데 첫 발작 때 약 반수가 사망하게 되며 무사히 넘긴 사람도 1∼2주이내에 2차출혈이 오기 쉽다.

<혈관좁아지고 장애>
뇌졸중의 두번째 유형인 뇌경색은 다시 뇌혈전증과 뇌색전증의 두가지로 구분된다.
뇌혈전은 뇌출혈때와는 달리 보통 취침중이나 휴식때 일어나는 경향이 있는데 노년층에 많은 동맥경화증이 그 주된 원인으로 꼽히고있다.
혈관의 벽은 나이를 먹을수록 탄력성을 잃어가며 또한 고혈압·당뇨법·고지혈증(혈액속에 콜레스테롤이 많은 경우)이 있을 때 동맥경화가 심해지면서 혈관내벽에 지방질이 엉겨붙어(이것을 혈전이라한다) 혈관이 점차 좁아지거나 막히고 결국 혈액공급 차단으로 뇌 기능을 잃게되는데 이것이 뇌혈전이다.
요즘은 젊은 여성들에게도 많은데 이는 피임약의 장기 복용에 따른 부작용의 결과로 보고있다.
뇌혈전은 대개 아침에 일어나려니까 한쪽 팔·다리가 말을 듣지 않는다든가 손·발이 저리고 머리가 무겁고 말을 더듬게 되더라고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뇌색전은 심장병 (류머티성 심장병·승모판협착증·심내막염·심근경색 등)이 있는 경우 심장내벽이나 판막에서 응고된 혈액찌꺼기(이것을 색전이라 한다)가 떨어져나와 혈관을 타고 돌다가 좁은 뇌혈관에 와서 그곳에 끼어 피의 흐름을 막아버리는 경우다.
이들 뇌경색은 막힌 혈관에 따라 증상이 조금씩 차이가 나는데 두통은 가벼운 편이며 평형감각을 잃거나 손·발이 저리는 정도의 증상이 있다.
이밖에 일과성 뇌허혈증(TIA)이라는 것도 있다. 이것은 작은 색전이나 혈전에 의한 일시적인 뇌혈류장애로 잠시동안 정신이 가물가물해지고 마비현상이 오다가 수 분 내지 24시간이내에 감쪽같이 회복되는 경우다.
그러나 TIA는 다시 반복되거나 더 심한 형태로 재발될 소지가 매우 높으므로 뇌졸중의 위험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 통계에 의하면 3년이내에 30% 정도가 재발한다고 되어있다.
또 가역성 허혈성 신경장애(RIND)라 하여 역시 뇌졸중 비슷한 증상이 며칠간 계속되다가 3주이내에 후유증 없이 회복되는 수도 있는데 역시 뇌졸증의 위험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
뇌졸중은 고혈압·당뇨병 등 이 병의 위험률이 높은군에 속하는 사람일수록 철저한 생활관리가 요청되며 그럼으로써 발병위험을 줄이거나 은 예후를 기대할 수 있다. <신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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