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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고객도 7%포인트 인하”…저축은행 금리 소급 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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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저축은행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지난 13일 6개 저축은행이 “기존 대출자에도 인하된 최고금리(27.9%)를 소급 적용한다”는 입장을 밝힌 데 이어, 18일 2개 사가 추가로 참여했기 때문이다. 저축은행이 기존 고객까지 소급해서 금리를 낮춰주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신용대출 규모가 큰 대형 저축은행도 이에 동참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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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급 적용을 결정한 8개사는 페퍼·모아·키움·인성·한국투자·스타·대한·삼호저축은행이다(신용대출 규모 순). 대부업법상 최고금리는 지난 3월 3일부터 34.9%에서 27.9%로 7%포인트 인하됐다. 그 이전에 대출받은 사람은 법적으론 금리 인하의 대상이 아니다. 대출 만기가 돼서 기한을 연장하거나 재계약을 해야만 인하된 최고금리를 적용받게 된다.

기한 연장, 재계약 전에도 적용
“정책에 호응” 중소형 8개사 결정
SBI 등 대형사 거액 손실 불가피
동참 여부 결정 못하고 골머리만

페퍼저축은행 등 8개사는 18일부터 기존 고객도 신청하면 27.9% 이하로 금리를 내려주기로 했다. 대상 고객은 3월 3일 이전에 27.9% 초과 고금리로 신용대출을 받은 4만 여명이다. 해당 고객은 영업점 창구나 전화를 통해 금리 인하를 신청할 수 있다. 각 저축은행은 문자메시지, e-메일을 통해 대상 고객에게 개별 안내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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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금리 소급적용은 지난달 16일 진웅섭 금융감독원장과 저축은행장 20명이 모인 자리에서 이순우 저축은행중앙회장이 처음 의견을 냈다. 법 개정 이후에도 상당수 저축은행 대출자가 30% 넘는 고금리 부담에 시달린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대응책을 마련하자는 취지였다. 이후 논의 끝에 중소형 저축은행 8곳이 앞장을 섰다.

페퍼저축은행 관계자는 “다른 저축은행으로부터 ‘왜 나서서 우리를 난처하게 만드느냐’는 항의 전화를 많이 받았다”며 “연간 수억원의 손실을 감수해야 하지만 정부 정책에 호응하는 전략을 택했다”고 말했다.

키움저축은행 관계자도 “오랜 검토 끝에 서민 금리부담을 덜어주자는 정부 정책을 따라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상훈 저축은행중앙회 팀장은 “저축은행이 이렇게 합동으로 금리를 소급 적용해 낮추는 건 처음”이라며 “고금리 대출에 대한 지적이 워낙 많아서 저축은행의 이미지 제고를 위해 손실을 보더라도 대책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8개 저축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7600억원으로 저축은행 전체의 7.6%를 차지하는데 그친다. 소급 적용이란 방법은 파격적이지만 대상 금액이 많지 않아 실질적인 저축은행 고객들의 체감 효과는 미미한 편이다. 신용대출의 55%를 차지하는 5대 대형사(SBI·웰컴·OK·HK·JT친애저축은행)의 동참 여부에 따라 효과는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대형 저축은행은 동참 여부를 정하지 못한 채 난감해 하고 있다. 업계 1위로 신용대출 시장의 19%를 차지하는 SBI저축은행은 난색을 표한다.

SBI저축은행 관계자는 “시뮬레이션 결과 대형사는 소급 적용 시 연간 100억~200억원의 손실을 보게 된다”며 “회사 경영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어서 사실상 무리”라고 설명했다. OK·HK·JT친애저축은행도 “신중하게 검토 중이지만 결정이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원한 대형 저축은행 관계자는 “자칫 분위기에 따라 소급적용을 결정했다가 손실이 발생하면 부실 저축은행으로 낙인 찍힐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5개 대형사 중엔 최고금리를 다소 낮게 매겨온 OK와 웰컴저축은행이 그나마 여력이 있는 편이라고 본다. 두 회사는 대부업체가 저축은행을 인수하는 조건으로 법정 상한선(34.9%)보다 낮은 29.9%를 적용해왔기 때문이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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