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지원은 정보전"…무전기 총동원|백지원서 몇 장씩 들고 줄달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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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86학년도 대입원서접수창구에 눈치는 뛰고 편법은 날았다.
원서접수 마감날인 9일 아침부터 눈치를 보며 버티던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이 초읽기에 몰려 한꺼번에 밀리는 바람에 예년보다 더 큰 혼잡을 빚었다.
올해 처음 치르는 논술고사가 변수로 등장, 더욱 심해진 눈치작전은 일선고교지도교사들이 대학마다 거점을 두고 이동교무실을 운영하고 지원학과란을 빈칸으로 남겨둔 백지원서 3∼4장을 들고 다니면서 마지막 순간에 학과를 써 넣으려는 수험생들이 부쩍 늘어 북새통을 빚었고 일부대학에서는 지원자미달을 우려, 접수되 지원자수를 줄여 발표해 혼선을 가중시켰다.
올해에는 특히 라디오를 통한 지원상황보도가 없는 데다 마감전날까지의 지원실적이 예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20∼40%에 불과, 마감날의 혼잡을 더했다.
서울의 경우 18개 종합대학교와 7개 단과대학 앞은 수험생들이 타고 온 자가용으로 초만원을 이뤘고 학부모 등 가족과 각 고교진학지도교사들이 서로 정보를 먼저 입수하기 위해 공중전화·워키토키에 매달리거나 심지어 카폰까지 동원하는 모습들이 두드러졌다.
◇눈치착전=접수장소주변에 몰려든 수험생 중에는 백지원서나 복수원서를 가진 수험생들이 많아 극심한 눈치작전을 벌였다.
서울대지질학과를 지원한다는 권모군(17·서울Y고 3년) 은 연대원서를 같이 들고 나와 부모와 누나 등 가족들과 함께 지원상황과 창구주변의 다른 수험생들을 대상으로 점수와 지원동향을 탐색하느라 바빴다.
학력고사 2백86점에 내신3등급인 권군은 8일부터 교내에 세워놓은 자가용승용차를 본부로 삼아 아버지(58·상업) 는 다른 수험생들의 정보수집을 맡고 어머니는 점수상황판을 점검했고 누나(20·E대3년) 는 연대에서 전화로 권군에게 연락을 취해 막판에 원서를 낼 계획.
연세대 도서관학과를 지망한 춘천여고3년 정난주양 (19) 은 마감전날인 8일 하오3시30분쯤 접수창구에서 원서를 접수하려다 접수번호가 14번임을 알고는 『4자가 들어있어 기분이 좋지 않다』며 접수를 꺼리다 마감시간까지 한사람도 추가되지 않자 끝내 접수를 보류하고 발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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