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타고라도 기성전 나서겠다"-병상의 조치훈 기성 결의 밝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조치훈기성은 과연 휠체어를 타고 16, 17일 양일간에 열릴 기성전 제1국에 나설수 있을 것인가?
조기성은 사고후 병원에서 의식을 회복하자마자「죽더라도 바둑판 앞에서」라는 각오를 보이면서 대국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팔과 다리에 부상을 했으므로 평소처럼 방바닥에 앉아서 하는 대국은 무리이기 때문에 휠체어에 앉아서 두어야한다. 이렇게되면 기성전의 대국모습이 새로운 장을 열게된다.
조기성의 각오가 그러하다 해도 의사는「대국은 위험하다」는 소견을 내놓고 있다. 의사의 의견으로「닥터브레이크」가 걸리고 조기성의 주변에서 그의 건강을 염려하여 대국에 나서지 못하게 강력 권유할경우 제1국에서 기권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
승부의 세계는 비정하다. 조기성이 불의의 사고를 당해 고통스러운 입장에 처했더라도 대국은 예정대로 진행되어야 한다. 승부의 세계에서는 룰이 중요하다. 승부에 직접 관련되는 룰도 중요하지만 승부의 장소에 나가기까지의 룰도 마찬가지다. 개인적으로 어떠한 불행을 당했든지간에 예정된 시간·장소에서의 대결이라는 룰은 지켜져야 하는 것이다.
기성전의 대국규정은「병이나 기타 사정으로 대국에 임하지 못할때 불전패한다」고 정하고 있다. 일본기원의 규정은 천재지변이 아닌 경우 대국불참은 기권패로 정하고 있다.
이같은 규정에 따라 일본기원은 7일하오1시 긴급회의를 갖고 대국을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했고 개최사인 독매신문도 그대로 따르기로 결정, 이같은 사실을 통보했다.
일본기원은 한해의 스케줄을 확정해 놓고 있다. 개인적인 사정에 의해 대국이 늦추어지거나 변경되면 다른 기전에도 영향을 미친다. 때문에 대국일자를 지키는 것은 무엇보다 우선된다.
프로기사들의 관념도 개인적인 사정을 내세우지 않도록 훈련되어 있다. 개인의 사정을 호소하는 것은 상대방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라는 의식이 확고하다. 그렇기 때문에 개인적인 사정을 이야기하지 않고 패배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같은 대국규정준수는 국내기계도 마찬가지다. 우리의 특수한 경우 때문에 예비군·민방위훈련에 참가하는 경우가 예외로 인정되고 있을뿐이다. 또 본인 혼인·친상의 경우도 예외다.
조기성은 이번 부상으로 기성전에서 어려움을 겪게 됐다. 한때 일본기계를 통일했던 조기성이 본인방·명인위를 잇달아 잃고 기성마저 잃어 무관이 될 불운에 처해있다. 일본기계에서 무패를 자랑했던 오청원9단이 교통사고이후 재기하지 못했던 일이 있다. 그 같은 일이 조기성에게 일어나지 않도록 그의 투혼이 살아있을 것을 모국의 팬들은 기대하고 있다. <임재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