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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NG] [합격률 높이는 자소서 작성법 ③] 합격생 자소서 파헤치기

T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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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학년도 대입에서 실제 제출된 학생들의 자기소개서를 분석해 봤다. 합격한 학생의 자소서들이라 기본적으로 내용들이 알차다. 하지만 상투적이고 현학적인 표현과 나열식 구성이 여전해 아쉬움을 남겼다. 자신만의 스토리로 차별화할 수 있는 구체적인 에피소드가 부족해 학생의 개성이 잘 묻어나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합격했다면 역으로 생각해 자소서만 잘 써도 다른 평가 지표를 극복할 수 있겠다는 계산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어떤 부분들이 지적됐는지 자소서 내용을 일부 발췌해 전문가 평가와 함께 싣는다.

# 사례 1 서울대 공과대학 16학번(충남 소재 일반고, 국어 4, 영어 3.62, 수학 1.55등급)

학업 노력 및 학습 경험
모든 문제에 답이 정해져 있는 수학이 좋았지만 그 답을 향해 가는 길이 정해지지 않은 수학이 더 좋아졌습니다. 수학시간 토론 활동 때 부등식의 영역 문제를 직선의 방정식을 이용해 답을 구한 저와 달리 코시 슈바르츠 부등식을 이용해 답을 구한 친구의 풀이를 보고 말로 표현 못할 희열을 느꼈고 그 이후로 수학 공부를 할 때 다양한 풀이를 알아가는 데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항상 문제를 풀고 나서 또 다른 방법이 없을지 2분 정도 생각해 보았고 문제를 푼 후에 답안지를 보고 새로운 풀이가 있으면 모두 정독하여 다양한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을 키웠습니다.

2학년 때 수학 교과서 탐구 대회에서 사이클로이드가 최단강하곡선임을 증명하고 사이클로이드의 활용가능성에 대해 조사하였습니다. 페르마의 원리를 통해 빛이 A지점에서 B지점까지 갔을 때 빛이 이동한 곡선이 최단강하곡선임을 보이고 동시에 에너지 보존 법칙을 만족하는 곡선이 사이클로이드임을 증명했습니다. 또한 최단강하곡선을 이용해 물체의 역학적 에너지를 증가시킬 수 있는 시스템을 탐구했고 물리의 기본이 수학임을 느꼈습니다.


*평가
수학에 관한 지식수준이 높고 정리도 잘했다. 내용의 구체성과 결과에 다가가는 노력 과정이 두드러지게 표현됐다. 내신 성적에 비해 실제 교과 지식은 출중하다는 점을 전략적으로 강조한 것 같다.

의미 있는 활동
‘○○○’에서 기계와 전기에 관해서 기초적인 회로 이론 등 기본지식에 대해 공부했습니다. 그 이후에 서로 회의를 통해 실용적이고 저희가 배우는 내용과 관련 있는 탐구 주제를 정하고 여러 프로젝트를 수행했습니다. 처음에는 시중에서 볼 수 있는 R/C카와 BB탄총을 결합하여 군대에서 인명 피해 없이 정찰 및 전투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군사로봇을 제작하였습니다. 또한 북한 무인 정찰기에 관해서 영감을 받아 드론에 관해서 탐구하고 헬리캠을 장착한 트라이콥터 형식의 드론을 제작하였는데 제작 과정에서 설계를 잘못하여 드론의 로터가 회전할 때 2개의 로터가 서로 겹치게 되는 오류가 생겨 다 제작하였음에도 작지만 큰 실수로 인해 드론을 띄울 수 없게 되었습니다. 매우 안타까웠지만 그 때의 실수를 통해 기계 제작 시 기초가 되는 설계의 중요성을 깨달았습니다.

*평가
활동 내용이 구체적이며 지식과 논리적 표현이 잘 되었다. 미래의 전공 과정과도 잘 맞닿아 있으며, 실패 경험을 진정성 있게 서술했다. 다만 여러 활동을 설명하다 보니 깊이가 다소 떨어진다. 드론의 실패 원인을 좀 더 학구적으로 자세히 설명했더라면 더욱 좋았을 것이다.

#사례 2 서울대 인문대학 16학번(부산 일반고, 국어 1.29, 영어 1.32, 수학 1.18등급)

학업 노력 및 학습 경험
까마귀는 과연 검은가? 당연하다고 대답하기 쉬운 이 질문에 연암 박지원은 다르게 대답했습니다. ‘까마귀를 검다고 말하는 것은 까마귀의 비취빛과 붉은 기를 제대로 보지 않고 마음으로 먼저 정해버리고 표현하는 것이다.’ 하이데거가 썼듯이 언어가 존재의 집이라면, 집을 확장하기 위해 내벽을 무너뜨리듯이 언어의 상투성을 공격해야 한다고 연암은 제게 가르쳐주었습니다. 문학 시간에 배운 첫 박지원의 작품인 <한바탕 울 만한 자리>는 눈물을 단지 슬픔에서 비롯되었다고 말하는 것의 안이함에 대해 말했습니다. 고정관념을 무너뜨리는 그의 태도에 깊은 인상을 받은 저는 그의 문학 세계를 탐색하기 위해 ‘연암9전’과 ‘열하일기’를 읽었습니다. 그의 책 속 다양하고 생생한 인간 군상이 그려내는 리얼리즘에서 말몰이꾼조차 가볍게 보지 않았던 그의 인간존중을 읽어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박지원의 유머가 가진 문학적 기능을 탐구하기 위해 고미숙 고전평론가의 열하일기 강론을 들었고 박지원의 유머는 기존의 권력 관계를 비틀며 그 부조리함을 드러내는 전복적인 상상력에서 나온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박지원의 유머와 대척점에 서서, 약자를 조롱하는 유머가 tv쇼 등을 통해서 널리 퍼져있는 실태를 비판적으로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동시대인의 시선으로 본 박지원의 모습을 알기 위해 읽은 종북소선 연구서 ‘연암과 선귤당의 대화’는 제가 본래 알고 있던 비평의 형식에서 완전히 벗어난 창조적인 비평을 보여주었으며 교육청 독서토론대회에서 ‘연암9전’과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을 비교론적인 관점에서 비평했습니다. 박지원에 관한 탐구를 통해 문학이 만들어내는 낯선 자극이 하이데거의 말처럼 개인의 사유의 영역을 확장시킬 뿐만 아니라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드러내고 재고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한 인식이 이성에 부합할 뿐만 아니라 즐거움을 주고 마음을 움직인다는 사실이 절묘하게 느껴졌습니다. 대학에서의 심화된 탐구를 통해 문학의 이러한 절묘한 아름다움을 알리는 나팔수인 비평가가 되겠습니다.

*평가
비평가가 되겠다는 목적의식이 뚜렷한 점은 긍정적이다. 비평이나 문학에 대한 나름대로의 끈질긴 탐구가 엿보인다. 그러나 현학적이고 전문가연하는 문구(밑줄 친 부분)들이 본인의 내공이라 하더라도 입학사정관들에게는 의구심을 던져줬을 가능성이 있다. 상투성을 공격하면서 상투적인 표현들도 많다. 보고 들은 지식을 드러내고 싶은 욕구가 너무 커 과부하가 걸려 있다고 할까. 단어나 문장이 하나 꽂히면 살리고 싶은 마음에 부자연스러운 문장이 나오곤 한다. 약간 겉멋이 든 비평가 지망생의 노력 과정으로 이해될 수 있겠다.

자소서 출처=서울대 웹진 아로리 / 평가=김재호 종로교육 대표, 『합격 자소서 이렇게 쓴다』(시간여행) 저자

#사례 3 서강대 아트앤테크놀로지학과 16학번

지원한 이유와 학업 및 진로 계획
“지식보다 중요한 것은 상상력이다. 지식은 한계가 있다. 하지만 상상력은 세상의 모든 것을 끌어안는다.”

아인슈타인이 남긴 말입니다. 저는 아트엔테크놀로지가 단순히 지식을 알려주는 학과가 아닌, 상상력을 펼칠 수 있는 장이 되어줄 것이라고 믿습니다.①

예술가는 세상에서 고립되어 있고 가난하다는 편견을 깨고 싶습니다. 독립문화계에 관심이 많아 종사자들을 취재한 경험이 있습니다. 그 때, 가난과 고립이라는 편견 앞에 무력해진 예술가들을 보고 재능을 펼칠 기회를 주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공익 광고 기획자를 꿈꾸던 저는 이를 계기로 예술가들이 공익 광고를 만들면서 사회에 기여할 수 있고, 작업자금도 모을 수 있도록 다양한 형태의 광고를 제작하는 ‘예술가 기반의 공익광고 제작 사회적 기업’을 설립하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습니다. 만국 공통어인 예술을 플랫폼으로 공익적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 지구온난화 같은 국제적 문제를 해결하고 세계인의 삶의 질을 높이는 효과적 수단이라고 생각했습니다.②

입학 후, 해외의 예술가들을 섭외하여 세계적인 아티스트 콜렉티브를 만드는 ‘지구광고대’라는 프로젝트를 기획하여 신영균 해외 탐방을 떠나고 싶습니다.③ 이를 기반으로 문화적 차이를 극복한 광고를 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아티스트 콜렉티브를 발전시켜 앞서 말한 기업으로 성장시킬 것입니다. 이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광고를 만들 때 필요한 예술적 감각, 기술력, 그리고 기획과 경영에 필요한 리더십이 모두 갖춰져야 합니다.

Content Planning&Development 과목과 Content Management&Marketing 과목을 배우면서 콘텐츠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직접 콘텐츠 기획에 참여해보고 싶습니다.

지금의 저는 완벽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완벽해질 가능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상상력을 자유롭게 이용하기 위해서 제가 찾아 헤맸던 가장 창조적이고 진취적인 환경인 아트앤테크놀로지에서 지식과 경험을 채우고 싶습니다.

*평가
문장 ①은 맨 마지막 문장과 중복된다. 대신에 과학자인 아인슈타인이 왜 과학 지식보다 예술적 상상력을 더 중시했는지 썼으면 좋았겠다. 문장 ②는 너무 거창한 내용이다. 롤 모델이 되는 국내외 단체를 사례로 제시하는 게 보다 현실감 있게 느껴질 것이다. 문장 ③ 역시 과한 희망으로 비칠 수 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나 구체적인 계획 없이 막연하게 발전상을 펼쳐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고등학생이지만 이미 어떤 직업을 갖고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 밝혀 좋은 자기소개서로 보인다. 일반적인 학생들과 분명히 차별되는 활동과 경력을 지녔다. 하지만 서강대 아트앤테크놀로지 전공에 지원하는 학생들과 비교하자면 그리 두드러진 이력은 아니었을 것이다. 면접관에게 좀 더 인상을 남기려면 객관적인 활동의 나열보다는 본인이 어떤 상황에서 어떤 행동을 했고 내가 관심을 갖고 더 찾아 본 전문적인 내용은 뭔지 주관적인 특징들이 추가돼야 한다. 정말 사랑한다면 숨겨진 점이나 흉터, 버릇까지 알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사례 4 연세대 불어불문학과 16학번(인문 특기자)

특기 역량에 대한 경험적 사례
2학년 때 후배들과 조를 이뤄 함께 영미 문학 작품을 읽는 영어독서클럽의 멘토로 활동하였습니다. 저 역시 처음 읽는 책이기에 모임 전에 함께 읽을 'Louis Sachar'의 『Holes』를 스스로 분석하고 어떻게 가르칠지 고민하였습니다. 재미있는 클럽활동 시간이 될 수 있도록 책의 내용과 관련된 질문을 하여 맞힌 사람에게 상품을 주기도 하였습니다. 또 후배들이 어려워할 만한 단어나 구문을 사전에 검색하며 준비하니 작품을 꼼꼼하게 보는 습관을 기를 수 있었습니다.

영어의 표현력을 키우기 위해 영어와 관련된 교내 대회에도 참여하였습니다. 특히 교내 영시낭송대회에서 ‘Shakespeare Sonnet18’을 낭송하여 영문학에 대한 관심을 키울 수 있었습니다. 시의 내용을 직접 해석해 보며 전체적인 내용과 분위기를 확인하였고 낭송 영상을 통해 섬세한 부분을 더했습니다. 친구들과 선생님의 피드백을 듣고 꾸준히 연습한 결과 대회에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또한 문학 작품에도 운율, 문법과 같은 어학적인 부분들이 녹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문학 작품에 대한 흥미가 높아졌고 언어의 아름다움을 느꼈습니다.

*평가
영어 독서클럽에서 후배들의 멘토로 활동했다는 훈훈한 내용이다. 훌륭한 리더로서 어떤 궂은일도 마다 않고 앞장섰는지 보다 구체적으로 언급됐으면 더 감동적이었을 것이다. 낭송 대회에 나간 경험도 밋밋하다. 어느 학생이나 기본적으로 다 겪는 흔한 낭송 대회의 풍경이기 때문이다. 본인만이 느끼고 경험한 특별한 사실을 발굴해 상세히 기술해야 한다.

학과 선택의 계기와 진로 계획
언어에 관심을 갖게 되니 ‘프랑스’라는 나라가 궁금해졌습니다. “네가 원한다면”과 같이 완곡한 프랑스 표현에 프랑스의 주요한 가치인 ‘똘레랑스’가 반영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또한 학교에서 연세대학교 교수님의 ‘프랑스 혁명과 레미제라블’ 강연을 들으며 프랑스의 문화와 역사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문화와 역사에 대한 이해 또한 언어를 배우는 데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입학 후 1, 2학년 때에는 프랑스의 문학과 문화를 공부하기 위한 기초적인 역량을 키울 것입니다. 또한 프랑스 국가공인시험인 DELF를 준비하며 불어 실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3, 4학년 때에는 전공과 더불어 교직이수과정을 수강하고 ‘프랑스어 교육론’ 수업을 통해 효율적인 교수법과 교재 구성을 고민해 볼 것입니다. 또한 ‘번역의 이론과 실제’ 수업을 들으며 번역의 기본 이론을 이해하여 성악을 전공하는 오빠의 영향으로 관심을 갖게 된 프랑스의 좋은 오페라와 같은 예술 작품을 원작에 가깝게 번역하여 대중화에 힘쓰겠습니다.

*평가
입학하면 다른 학생들도 모두 같이 하는 내용이니, 특히 어떤 과목이나 연수에 관심이 있는 지를 더 세세히 적어야 한다. 프랑스 오페라를 번역하고 싶다면 어떤 작품이 소개할 만한지 예를 들어 주면 본인의 관심이 얼마나 깊고 진지한지 사정관들이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진심을 전하는 데는 거창한 담론보다는 ‘조그만 행동들의 이야기들’이 더 효과적이다. 보통 학교생활에 대해 말할 때 “프랑스어를 배우며 세계가 하나 된 것을 느꼈어”라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냥 프랑스어 문구 하나가 안 외어져 페이스북으로 알게 된 프랑스 친구한테 설명을 들었다는 일화 하나가 더 실감 날 수 있다.

자소서 제공=TONG청소년기자 등 / 평가=손세훈 문학평론가·전 메가스터디 강사, 『좋은 사례로 알아보는 자기소개서 쓰기』(윌비스) 저자

정리=박정경·박성조 기자 park.jeong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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