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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시 대입 70% 시대, '학종' 선발 문제 많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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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2017학년도) 4년제 대학 입시의 수시비중은 69.9%인데 내년(2018학년도)에는 73.7%로 높아집니다. 여기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 학생부종합전형(학종)입니다. 오는 8월 말 시작되는 수시 입시의 ‘학종’ 비중은 20.3%로 총 7만2101명을 뽑습니다.

그런데 그 비중이 내년에는 23.6%(8만3231명)으로 커집니다. '학종'이 공교육 정상화에 긍정적인 기여를 한다는 반응과 일반 가정의 학생은 준비하기 힘든 불평등한 제도라는 반론이 팽팽합니다.

내신 전형과 다른 학종, 서울대 입시 결과 논란
학종은 학생부, 서류(자기소개서·추천서 등), 면접 등의 전형요소를 조합해 대학의 인재상에 부합하는 학생을 선발하는 전형입니다. 일반적으로 교과영역은 전공 적합성과 기초학업능력을, 비교과영역은 교과 이외의 잠재능력과 발전가능성을 평가합니다. 정성평가 요소가 많아 다단계 평가를 하는 게 특징입니다.

대학들의 입시전형을 종합해 보면 서류평가에는 최소 2인 이상이 참가하며 평가자간 점수 차가 클 경우 제3자를 통해 재평가를 합니다. 면접에선 각 대학의 건학이념과 모집단위의 특성을 물어보기도 합니다. 이런 과정을 통과한 수험생들은 입학사정관들이 모두 참여하는 입학사정관심의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합격여부가 결정됩니다. 기존의 단순한 내신 성적 위주의 선발방식인 학생부 교과전형과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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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관심사는 서울대 입시입니다. 중앙일보 '열려라 공부팀'이 수시 합격생 82명의 스펙을 분석해보니 일반고는 교내상 48개, 특목고와 자사고는 26개를 받았습니다. 또 동아리 활동은 일반고가 4.5개, 특목고·자사고가 1.8개로 나왔습니다. 물론 학생들이 치열하게 학교생활을 했다는 의미라고도 볼 수도 있는데 영 개운치가 않습니다.

우선, 일반고는 소수의 우수학생이 학교 상을 독점하고 특목고와 자사고는 여럿에게 돌아가는 게 일반적입니다. 일반고가 소수 학생에게 상을 몰아주면 다른 학생들은 들러리가 돼 비교육적이고, 특목·자사고는 상을 적게 받아도 경쟁이 치열해 질이 높다고 판단하는 근거에 논란이 생깁니다.

그 다음은 합격·불합격의 기준인 내신·수상실적·체험활동 평가에 대한 불신입니다. 내신이 1.5등급으로 동일한 두 학생이 서울대 같은 학과를 지원했던 사례를 보지요. A는 상을 26개 받고 창의적 체험활동을 730시간 했습니다. 반면 B는 상은 49개, 창의적 체험활동은 449시간을 했는데 A가 합격했어요.

서울대 측은 "내신 중에서도 전공과 상관이 높은 과목의 성적과 수상 실적의 질, 동아리 활동의 참여 비중, 그 활동 결과가 다른 활동이나 교과수업시간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등을 종합평가했다"고 합니다. 단순 양적 평가가 아닌 질적 평가를 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평가 프로세스를 더 정밀하게 다듬고 평가방법을 공개하지 않는 한 불신은 여전할 것 같습니다. 학종을 둘러싼 궁금증을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도움을 받아 풀어보겠습니다.

상의 개수나 활동시간보다 수업 충실도가 중요하다는데 객관성을 어떻게 담보하나요?
수업 충실도는 교과 성적과 수업태도, 과제수행 등에 대한 교사의 서술을 통해 봅니다. 특히 학생부의 세부능력 특기사항에 그 학생에 대한 평가내용을 잘 기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교사들이 다소 과장되게 좋게만 써주거나 전체 학생을 비슷하게 기록해서도 안 됩니다. 입학사정관이 평가하는 서류는 학생부 전체와 자기소개서, 추천서 등을 종합해 평가합니다.
학종은 교과 성적이 부족해도 합격할 수 있나요?
대학은 수학능력을 최우선으로 고려합니다. 한 분야에 특별한 능력이 있더라도, 기본 수학능력이 부족하다면 뽑지 않습니다. "성적보다는 소질과 적성, 잠재력을 보고 선발한다"라는 문구가 오해를 부른 것입니다. 교과 성적이 부족해도 합격할 수 있다는 말은 사실과 다릅니다.
비교과 활동을 어느 정도해야 합격할 수 있나요?
비교과 활동은 교과 이외의 모든 활동을 의미합니다. 봉사활동처럼 정해진 양은 없습니다. 자기주도 활동과 잠재능력, 발전 가능성을 제시하는 게 중요합니다. 동아리나 체험활동을 많이 한다고 유리한 것은 아닙니다.
 학종의 중요한 포인트는 자기소개서입니다. 대학들이 공통문항을 운영하므로 한 번만 작성하면 된다는 데 공통문항은?
다음 세 가지 입니다.
① 고교 재학기간 중 학업에 기울인 노력과 학습 경험에 대해 배우고 느낀 점을 중심으로 기술(1000자 이내).
② 고교 재학기간 중 본인이 의미를 두고 노력했던 교내 활동을 배우고 느낀 점을 중심으로 3개 이내로 기술. 단, 교외 활동 중 학교장의 허락을 받고 참여한 활동은 포함(1500자 이내).
③ 학교생활 중 배려·나눔·협력·갈등 관리 등을 실천한 사례를 들고, 그 과정을 통해 배우고 느낀 점을 기술(1000자 이내).
공통양식으로 모든 전형에 지원이 가능합니까?
적용 범위는 교과 전형과 학종 전형이므로 특기자·재외국민·외국인 특별전형에는 적용하지 않습니다. 세 가지 질문의 공통점은 고교 재학 중 배우고 느낀 점을 기술하라는 것입니다. 초·중학교의 내용을 자랑하듯 나열하면 안 됩니다. 성장 환경·지원 동기·진로 계획 등은 공통문항에서 빠졌지만, 자율문항에서 이를 설정하거나 면접에서 질문할 수도 있습니다.
자기소개서와 교사추천서 작성 시 ‘0점 처리’ 하는 항목은 무엇입니까?
2015학년도부터 자기소개서와 교사추천서에 기재 제한 사항을 제시하였는데 이를 위반하면 ‘0점’ 처리돼 불합격 됩니다. 학생부위주 전형 외에 실기위주(특기자)전형 등에는 적용되지 않으므로 외부 실적 작성이 가능합니다. 공인어학 성적과 사교육 유발 요소가 큰 경시대회 실적은 원천적으로 기재가 금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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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어학성적과 경시대회가 다양한데 위에 적시한 내용만 기재하지 않으면 되나요?
사교육 유발 가능성이 큰 어학연수 등을 작성할 경우 서류 점수 전체가 ‘0점’ 처리되지는 않지만 해당 내용을 평가에 반영하지는 않습니다. 교외 수상실적은 학교 외 기관이 개최한 수학·과학·외국어 교과명이 명시된 대회 수상실적을 말합니다. 따라서 교육청·자치단체·공공기관 등이 개최한 수학·과학·외국어 교과 관련 대회 수상실적도 기재하면 0점 처리됩니다. 다만, 학교 허락을 받고 참여한 교외 비교과 활동(봉사·체험·동아리·진로 활동 등)은 자기소개서 2번 항목에 기술할 수 있습니다.
수상 실적은 기재 하지 않고 대회 참가 때의 느낀 점을 기술하면 어떻게 됩니까?
단순히 응시하거나 참가해 느낀 점만을 기술하는 것은 작성 가능하고 0점 처리하지 않습니다. 수학·과학·외국어 교과가 아닌 한국사·사회·국어교과 관련 대회 수상실적도 작성이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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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수저 입시 논란 자초···올림피아드 성적까지 금지해야 할까
학종을 두고 일부에서는 저소득층 학생들은 준비하기 어려운 '금수저' 입시라는 비판이 만만찮습니다. 올 봄에는 서울 강남의 한 고교가 R&E(과제연구)를 하면서 수익자부담 원칙을 적용해 1인당 100만원이 넘는 참가비를 걷으려 했습니다. 해당 고교는 비난이 거세지자 프로그램 자체를 취소했지만 그 파장은 컸습니다. 사실 R&E나 동아리 활동을 하려면 돈이 드는 게 사실입니다. 방과 후 활동에도 그런 명암이 있습니다. 출발선이 다르다면 이거야 말로 불공정이자 비정상적인 입시입니다.

처음부터 대학들이 고교 교육과정을 벗어난 연구 활동 실적이나 스펙을 요구하지도, 또 반영하지도 않겠다고 명확히 선을 그었어야 합니다. 합지만 그리 안해 금수저 논란에다 전형 자체에 대한 불신과 혼란이 겹친 겁니다. 서울대와 고려대는 R&E를 반영하지 않겠다고 했고 다른 대학들도 비슷한 입장인데 두고 봐야 합니다. 전적으로 입시를 불투명하게 운영하는 대학의 책임입니다.

학종이 정착되려면 대학의 투명한 평가방법과 평가 결과 공개가 필수입니다. 금수저 논란이 거센 로스쿨 입시처럼 학종도 정성적인 요소가 강하기 때문에 자칫 부적절한 일이 생기면 제도 자체가 송두리째 흔들릴 수 있습니다.

특히 사교육을 막겠다고 올림피아드 수상 실적까지 금지하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세계적인 대회에 나가 1등을 한 학생의 잠재력과 능력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도대체 뭘 보고 뽑는다는 지 알 수가 없습니다. 이거야 말로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격입니다. 학종의 미래는 아직 안개 속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