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좌초…주류업계 판도 바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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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백화양조와 (주)베리나인이 두산그룹계열의 두산농산으로 넘어감에 따라 주류업계의 판도에 큰 변화가 생기게 됐다.
특히 백화가 거의 독점점적 위치를 쌓아온 청주와, OB·진로와 함께 극심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위스키 부문에서는 상당한 파란이 불가피해졌다.
위스키시장의 경우 백화가 두산으로 넘어감에 따라 앞으로는 OB와 진로등 2개사가 맞붙어 싸우게 됐는데 양쪽다 주류업계에서는 알아주는 실력이고 평소 사이도 좋은 편은 아니어서 오히려 싸움은 더 거세질 공산이 크다.
○…작년7월 1백%수입원료로 만든 특급위스키가 첫선을 보이면서 백화의 어려움은 가중됐다.
가뜩이나 청주수요가 줄고 경쟁제품(조선맥주의 청주 금관) 까지 나와 곤욕을 치르던터에 기대했던 특급위스키 시장에서의 판매실증가율이 의외로 부진했기 때문.
특급위스키 발매 이전 백화의 베리나인 골드 시장점유율은 약52%로 진로(25%) 와 OB (23%)를 합한 것보다도 많았었다.
그러나 합작선인 시그램사를 등에 업은 OB의 로비 등으로 특급위스키 판매가 허용된후 격렬한 홍보·판매전을 치르면서 백화는 과거 베리나인골드의 격가에 지나치게 의존, 패배를 자초했다. 이름을「베리나인 골드 킹」으로 붙여 참신한 맛이 없다는 평을 듣게됐고 또 기존제품에 연연, 과감한 제품전판을 하지못했다.
그 결과 특급위스키시장에서 OB의 패스포트와 진로의 VIP가 각각 시장점유율 44%선을 차지한 반면 백화는 44%에 머무는 부진한 양상을 보였다.
물론 1급 위스키 (기존의 베리나인 골드)에서는 90%의 압도적 지위를 차지했지만 변화추세를 따르지 못해 결국 전체위스키시장 점유율은 35%선으로 뚝 떨어졌다.
또하나 백화의 간판상품이던 백화수복도 청주시장의 위축과 경쟁상품의 등장으로 고전을 겪어왔다.
조선맥주계열의 금관청주가 등장함으로써 청주시장은 백화의 독점에서 백화85대 금관 14정도의 경쟁체제로 바뀌었고 수성과 공성의 싸움은 비용증가를 초래했다.
이에 따라 판매대금의 회수도 부진해지고 부채가 그게 증가, 결국 경영권을 넘겨야하는 결과를 빚고 말았다.
삼학소주의 붕괴이후 호남지역 주류업체로서는 두번째 좌절이어서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 호남에 연고권을 가진 기업을 물색했으나 과다한 부채 (약5백억원 추사)와 주력제품의 구조적인 어려움 등으로 난색을 표해 결국 경쟁업체적인 두산으로 넘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백화가 OB로 넘어감에 따라 OB는 진로와는 거의 전면전상태로, 그동안 밀월관계를 누러오던 조선맥주와도 부분전에 단계적으로 돌입할 전망이다.
OB와 진로는 현재 위스키와 진, 포도주 등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올9월말까지 각사별 점유율을 보면 특급위스키의 경우 OB시그램의 패스포트가 44.3%, 진노의 VIP가 43.7%로 우열을 가름할 수 없는 상태.
1급위스키쪽에서는 백화가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 진로의 로열과 OB의 블랙스톤은 각각8.1%, 1.4%로 명맥을 유지하는 정도.
위스키시장 전체를 합치면 백화가 36%, 진로33.2%, OB가 30.8%의 비율.
문제는 백화를 OB가 인수함으로써 백화가 차지하던 몫을 과연 그대로 차지할 수 있겠느냐는 것.
가뜩이나 이전투구의 싸움판을 벌이던 위스키시장이 양대산맥으로 나뉘어 완충지대도 없는 가열된 경쟁을 별일 가능성이 오히려 크다.
더우기 87년부터는 국산 그레인위스키를 사용해야돼 기존제품 이름을 다시한번 바꾸어야 하는데 이때가 결국 승부의 갈림길이 될 공산이 크다. 사실 어떤 의미에서 보면 기존 백화의 몫을 조금이라도 얻어내면 득이 되는 진로의 입장이 더 편할지도 모를 판이다.
아직 수요는 크지 않지만 해마다 50%이상씩 늘고있는 진시장도 기존 OB·진로·해태·백화의 4파전에서 백화가 떨어져 나감으로써 중단급 3개업체만 남아 이젠 명예와 직결된 한판 승부를 벌여야할 판. 먹고 마시는 목에서는 제각기 한다하는 업체들의 혼전은 예측불허다.
내년에 쓸 포도수매량(OB 4천2백t, 해태2천2백t, 진로1백98t) 이 보여주듯 아직 진로의 진출은 미미한 형편이지만 수매량을 적게 잠은 것이 포도주원액수입과 관계가 있는게 아니냐는 얘기도 있고, 포도주시장공략을 향한 진로의 야심이 만만치않아 앞으로 격전지가 될전망이다.
○…두산의 백화인수는 크라운맥주와 누려오던 달콤한 동반자 관계에 자칫 금이 갈 소지를 안고있다.
두산이 백화를 인수함으로써 두산은 자동 증가율으로 국내최대의 청주메이커가 됐는데 하필이면 경쟁상대는 바로 크라운맥주.
한때 치열한 경쟁을 벌이기도 했지만 70년대초 이젠벡 맥주를 무너뜨리는 과정에서 연합전선을 구축하면서부터 밀월관계를 누리고 국내맥주시장을 OB 6과 크라운 4의 비율로 사이좋게 나눠온 상태여서 매우 거북한 입장이 될듯.
결국 백화양조의 좌초는 주류업계의 전체판도를 다시 그리는 중대한 변수로 작용하게 되었다.<박봉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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