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침체” 날린 세계야구 준우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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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강기웅의 주자일소 2루타 폭발, 3-1로 역전-』 지난 8월19일, 멀리 캐나다의 에드먼턴에서 터진 장타 1발은 한여름의 무더위를 식혀준 청량제였다.
제7회 대륙간컵세계야구대회 결승전, 상대는 세계 최강쿠바, 예선리그에서 7-1의 대패를 감수했던 한국은 한번도 이긴 적이 없었던 쿠바를 다시 만나 설욕을 노리며 대회 두번째 패권을 향해 「겁없이」덤벼들었다.
한국 팀의 선발은 막내둥이 조계현 (조계현·연세대). 코칭스태프에게 당돌히 등판을 자청한 조는 대담한 피칭으로 쿠바의 강타선을 요리했다.
그러나 이날 승리의 여신은 쿠바 편이었다. 5회 초 3-1역전의 순간도 잠깐, 6회말3-3동점을 허용한 한국은 8회말 수비에서 좌중간의 평범한 타구를 잡으려다 중견수와 좌익수가 부딪치는 바탕에 통한의 결승점을 내주고 말았다.
사실 한국팀의 준우승은 전혀 기대 밖의 전과였다. 거의 대학생이 주축이 된 한국팀은 투수력의 약세와 경험 부족으로 4위권 진입을 최대목표로 삼았던 것이다.
그런데 좌완의 비밀 병기 김기범(김기범·건국대)이 4승을 올리며 5승2패로 4강에 턱걸이, 준결승에서 일본을 꺾고 결승까지 치달았었다.
이 같은 한국 팀의 선전은「스타」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분석. 스타가 없는 대신 팀 전원이 똘똘 뭉쳤다는 것이다. 당시의 코칭스태프들은 강타자 강기웅이 허리부상을 안고 고통 속에 분전하던 모습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다.
프로야구출범이후 아마야구가 날로 침체의 길을 걸었던 것은 어쩔수 없는 현실이었다.
올 들어서도 실업 팀 유니폼까지 입었던 거물투수 선동렬이 1억원의 유혹에 넘어가 돌연 프로구단을 택했고 김용수 민문식이 잇달아 아마 팀을 박차고 나갔다.
이에 따라「선수 출전 금지 가처분신청」이란 초유의 법정투쟁으로 아마와 프로의 대립이 첨예화됐으나 결국은 아마 팀의 판정패로 결말이 나고 말았다.
가을엔 고교졸업예정인 신동수를 놓고 대학과 프로구단이 팽팽한 접전을 폈으나 이번에도 프로 행을 막을 수 없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일부 실업 팀은 경기침체를 이유로 선수스카우트를 동결, 실업야구는 고사 직전의 위기에 놓여있다.
선수도 잃고, 팬도 잃고, 흥미도 잃어버린 아마야구- 세계제패의 감격은 정녕 흘러간 추억에만 머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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