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아름다워라, 정교한 수순의 미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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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선 4강전 3국> ●·스 웨 9단 ○·탕웨이싱 9단

11보(152~163)=빤히 예상된 53, 54 다음 스웨의 손길이 어디로 향할까. 검토실의 프로, 기자들은 물론, 한중 양국의 팬들까지 인터넷으로 중계되는 두 기사의 한 수, 한 수에 감탄하고 한숨지으며 지켜본다. 스웨의 표정은 물처럼 고요하다. 원래 표정 변화를 잘 보여주진 않지만 초읽기에 쫓기면서 대마 사활을 해결해야 하는 위기의 순간에도 이렇게 담담한 얼굴을 유지할 수 있다는 건 그만한 마음의 공부가 돼있다는 뜻이다.

우변 55는 침착한 선수. 56을 두지 않으면 ‘참고도’ 흑1로 찝고 백2에 흑3으로 끊는 수단이 성립한다. 탈출의 비책은 마련돼 있는 것일까. 수많은 눈과 눈이 집중된 가운데 57, 59, 61의 선수를 거쳐 좌중앙 63으로 슬쩍, 끼운다. 가장 먼저 검토실의 커제가 감탄의 찬사를 보냈다. “대단하네요. 그런 수가 있었어요.”

63은 선수로 백 대마의 공배를 좁히는 수단. 이 한 수로, 백 대마의 위쪽 공배는 먹여치고 끼워서 몽땅 메워지는 우형이 돼버렸다. 아름답다. 이 수순의 미학은, 백이 단 한 수의 반발도 하지 못하도록 정교한 선수의 조합으로 이어진다는 데 있다. 다음은 흑A로 밀고 나가는 수가 이어질 것이다. 백B, 흑C 때 백D로 막을 수 없다는 게 뼈저리다. 그래도 막으면? 흑E.

손종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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