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대가 말하는 나의 인생 나의 건강-권병호씨 <81·과수원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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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아직 여명조차 퍼지지 않은 칠흑의 새벽5시.
군데군데 나트륨등이 켜져있는 잠실석촌호 주변을 노인 한분이 장년의 아들과함께 허연입김을 쏟으며 달리고있다.
권병호옹(81·과수원업)과 3남 영재씨(42·서울선화예고교사)가 실루에트의 주인공.
『매일의 일과를 달리기로 시작하게되니 하루의 생활이 활기차고 또 매일매일이 활기찬 나날이 되지 아녀.』
중키 (1백66cm)에 깡마른 모습(48kg)이 영락없는 우리네 농촌 할아버지인 권옹이지만 달리기를 할때와 말할때의 표정은 활기찬 젊은이의 그것과 다름없다.
『달리기를 시작한 것이 뭐 건강 유지를 위해서 한것은 아녀.』
권노인에게는 영재씨 말고 위로 아들 둘을 두었었는데 모두 악상으로 잃고 그 시름을 달래기위해 무작정 달리기를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권옹이 본격적으로 조깅을 시작한 것은 5년전인지난 81년.
77년 부인마저 사별하고 정신적으로 황폐해진 자신을 적극적 삶의 자세로 전환시킬 방안을 찾던끝에 매일 10km달리기를 하기로 작정하고 지금까지 계속해 오고있다는 것이다.
『달리는 동안에는 모든 잡념이 사라지지. 이세상에서 제일마음 편한 사람이 되는 거여.』 평범속에서 진리를 깨닫게 하는 금언이다.
강동 노장마라톤협회 사무국장이기도한 그는 지난9월 개최됐던 서울국제마라톤대회에서42.195km의 마라톤 풀코스를 4시간34분에 완주해 기염을 토했었다.
그간 각종 마라톤대회에 참가한 것이 40여회.
잠실3동 주공아파트(413동209호) 3남집에는 10여개의 트로피와 20여개의 기념메달이 권옹의 달리기 실력을 증명하고 있다.
『좀 늙었다고 경로당에 죽치고 앉아서 술추렴이나 하면 정말 더늙지, 더늙어. 그저 죽을때까지 열심히 움직이는게 제일이여.』
권옹은 반은 서울아들집에서, 반은 조치원에있는 자신의 1천평짜리 과수원에서 보내는데과수원 근처에도 역시 10km짜리 달리기코스를 개발해놓고 있다. 『음식은 삼시세때 넉넉히 먹는것 빼곤 간식을 절대 안하는게 내 고집이여.』
특히 신김치 등 신것을 좋아한다는 권옹은 담배는 젊었을때 끊었고 술은 요즘도 청주한잔씩을 반주로 든다고. (글 신종오 기자 사진 김형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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