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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층 GBC 현장 간 정몽구 “여기는 미래 100년의 상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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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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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동 현대차그룹 글로벌 비즈니스센터(GBC). [사진 현대차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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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지난 8일 서울 삼성동 현대차그룹 글로벌 비즈니스센터(GBC) 현장을 방문해 “(기존 건물) 해체 및 건설 모두 가장 안전하고 친환경적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사진 현대차그룹]

정몽구(78)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11일 그룹의 미래 심장부가 될 서울 삼성동 ‘글로벌 비즈니스센터(이하 GBC)’ 건립 현장을 둘러보고 작업자들을 독려했다. 정 회장은 이날 “GBC는 현대차그룹의 새로운 100년의 상징이자 초일류 기업 도약의 꿈을 실현하는 중심”이라며 “(옛 한전본사 건물) 해체와 GBC 건설은 가장 안전하고 친환경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11일 현대차그룹이 밝혔다. .

첫 현장 방문 “안전·친환경 건설”
기존 건물 폭파 않고 굴착기로 해체
속도경영 집착 않겠다는 뜻 밝혀

현대차그룹은 옛 한전본사 건물 등을 해체한 자리에 그룹 통합사옥(105층·552m·연면적 56만611㎡)을 비롯한 6동의 건물과 각종 편의시설을 지을 계획이다. 국내 최고층 롯데월드(123층·555M)보다 불과 3m 낮다. GBC 전체 부지면적은 7만9342㎡로 지상과 지하를 합쳐 총 연면적은 92만8887㎡에 달한다. 옛 한전본사 건물(지상 22층, 지하 3층)은 다음 달 초부터 해체 작업에 들어간다.

GBC의 중심인 통합사옥엔 현재 서울 양재동(5000명 근무)과 수도권 일대에 흩어져 있는 임직원 8000명 등 총 1만3000명이 입주할 계획이다. 그간엔 ‘직원들이 흩어져 있어 업무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다.

현대차그룹 내부에선 2021년 완공되는 GBC 건립이 현대차그룹의 수준을 한 단계 더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속도’와 ‘생산성’ 중심의 조직 분위기도 ‘안전’과 ‘친환경’이라는 개념으로 옮겨갈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 그룹 내부에선 정 회장이 GBC 건립 현장에서 ‘친환경성’을 반복해서 강조했다는 점에 주목한다.

GBC는 공사 단계에서부터 이를 보여주는 상징적 현장이 될 전망이다. 그래서 다음 달부터 시작되는 해체 작업도 폭파를 통한 해체가 아닌 ‘장비 탑재식 압쇄공법’으로 진행된다. 이는 굴착기를 건물상부로 올려 철거하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폭파를 활용한 철거에 비해 4~5개월 더 오래 걸린다.

현대차그룹 측은 “속도 보다는 더 안전한 방식을 찾자는 고민이 낳은 선택”이라며 “GBC 부지가 서울 강남 중심부에 위치해 있어 폭파를 활용한 해체는 만에 하나 시민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우려 탓에 더 안전한 방식의 철거를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해체작업 중 발생할 수 있는 분진 및 소음 방지를 위해 현대차그룹은 철거대상 건물 외부에 방음 판넬을 설치하고, 부지 인근에 흡음 판넬을 추가로 덧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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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내부에서는 정 회장이 이날 강조한 것처럼 GBC가 현대차그룹이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하는 상징이 될 것이란 기대를 갖고 있다. 단순히 가격대비 괜찮은 차를 만드는 회사를 넘어 고급스럽고, 세련된 이미지를 강화하는 데 GBC가 기여할 것이란 믿음이다. GBC가 단순 업무 시설 외에 시민들을 위한 공간을 조성했다.

시민들이 더 편하게 현대차그룹의 문화와 제품에 젖어들 수 있도록 꾸미는 것도 그래서다. 독일 수퍼카 브랜드인 포르셰의 라이프치히 공장(연 4만7000여명 방문)이나 폴크스바겐의 자동차 테마파크인 아우토슈타트(연 200만명 방문)엔 소비자의 방문이 끊이지 않는다. 그만큼 브랜드와 자연스레 친숙해지는 것이다.

사실 현대차그룹은 판매량에 비해 그 이미지가 한참이나 떨어졌다. 인터브랜드가 지난해 발표한 ‘2015 글로벌 100대 브랜드’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차는 전 세계 브랜드 중 39위(브랜드 가치 113억 달러)와 74위(57억 달러)에 각각 오르는데 그쳤다. 경쟁사인 도요타의 브랜드 순위는 6위(490억 달러), BMW와 메르세데스 벤츠의 순위는 각각 11위(372억 달러)와 12위(367억 달러)였다.

GBC를 둘러싼 비용 마련 부담이나, 고가 매입 논란이 상당 부분 해소됐다는 점은 현대차그룹의 어깨를 가볍게 한다. 부지 매입가인 10조5500억원은 지난해 9월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기아차 주도로 이미 완납했다. 4조5000억원으로 추정되는 GBC 공사대금 역시 큰 어려움 없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의 미래가 마냥 밝은 것 만은 아니다. 우선 현대차그룹은 올 상반기 글로벌 시장에서 385만대를 판매하는데 그쳤다. 올해 판매 목표(813만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브렉시트로 인한 유럽 판매세 둔화나, 중국 현지 업체들의 부상도 현대차로선 넘어야 할 숙제다. 무엇보다 강성노조로 인한 이미지 하락은 국내 뿐 아니라 해외시장에서도 브랜드 경쟁력을 갉아먹는 요소로 꼽힌다.

이수기 기자 retal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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