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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24’에 당신의 소년이 없는 이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TV 보는 남자] ‘소년24’에 당신의 소년이 없는 이유
소년24

올봄 방영된 ‘프로듀스 101’(Mnet)의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걸 그룹 멤버를 꿈꾸는 연습생 백한 명의 데뷔 프로젝트였던 ‘인해전술 서바이벌’은 빠른 속도로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방송되는 노래마다 음원 차트에 안착했고, 멤버 개개인에 대한 팬덤이 형성됐으며, 시청률 4%(닐슨코리아 제공)를 돌파했다. 프로그램 시작 당시만 해도 ‘걸 그룹 연습생 101인의 서바이벌 오디션’이라는 컨셉트가 다소 과해 보였지만, ‘국민 프로듀서’라는 투표 시스템을 활용해 대중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했다. 이런 인기에는 시청자의 피드백이 참가자 생존에 절대적 영향을 끼치는 설정도 한몫했다. 자신이 응원 중인 소녀를 TV에서 계속 보기 위해, 시청자는 제작진이 짜 놓은 판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했다. ‘당신의 소녀에게 투표하세요!’란 명료한 캐치프레이즈는 심사위원 자리를 대중에게 내어 주며 트레이너들의 날카로운 비판조차 무뎌지게 만들었다. 최근 방영을 시작한 ‘소년24’(Mnet)를 보고 있자면 여러모로 ‘프로듀스 101’이 떠오른다.

이 프로젝트의 목적은 ‘공연형’ 남자 아이돌 그룹을 결성하는 것이다. 개인 평가가 아닌 유닛 대결을 통해 살아남는 팀원만이 ‘소년24’ 멤버로 선정된다. 지원자 5500여 명 가운데 49인을 추리고 방송에서 24인을 선발하는 방식이다. 그렇게 뽑힌 멤버들은 1년 동안 ‘소년24’ 전용 공연장에서 콘서트 위주의 활동을 펼친 후 최종 6인으로 확정된다. 유닛 대결 방식과 공연형 아이돌 그룹 결성을 차별성으로 내세워, ‘소년24’는 기존 오디션 프로그램과 다른 영리한 스타일링을 선보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재미와 긴장감이 덜하다. 6월 18일 방영된 첫 회, 마흔아홉 명의 소년 중 일곱 명의 유닛 리더를 선택하는 ‘TOP 7’ 결정전으로 포문을 열었다. 다섯 명의 마스터 점수를 합산해 우등생으로 선정된 소년들을 TOP7 자리에 앉히는 과정은 상당히 밋밋했다.

왜 그랬을까. 먼저, 공연 순서에 대한 룰이 시청자에게 충분히 전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가수다’(2011~2015, MBC)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2012~, KBS2) 등 TV 음악 예능 프로그램에서 공연 순서는 매우 중요하다. 경연 순서 추첨은 그 자체만으로도 출연자와 시청자 사이에 긴장감을 자아내는 요소로 활용된다. 하지만 ‘소년24’는 공연 순서에 대한 자세한 설명도 없이 소년들을 무대로 불러들였다. 또한 심사위원단의 기준이 상당히 주관적인 데다 세분화돼 있지 않아, 소수점 단위로 상위 일곱 명의 순위가 바뀌는 무대를 보면서도 좀처럼 공감하기 어려웠다. 이처럼 기준점이 모호한 심사는 과거 여러 차례 입방아에 오르내렸던 ‘댄싱9’(2013~2015, Mnet)을 연상하게 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출연자들을 그저 ‘소년’이란 이름으로만 단순하게 집단화한 데 있다. ‘프로듀스 101’의 경우 ‘연습생 출신’이라는 필터링 과정을 거치며 꿈에 대한 간절함이 한층 강화된 바 있다. 연습생 신분인 소녀들의 서사가 시청자의 응원을 불러 모으는 캐릭터를 만든 것이다. 반면 ‘소년24’는 아직까지 이렇다 할 소년들의 캐릭터를 구축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한 가지 덧붙이자면, 공연장에 찾아가야 볼 수 있는 퍼포먼스형 아이돌 탄생이 목표라는 점이다. 제작진은 이것이 “‘소년24’만의 차별화 전략”이라고 밝혔으나, 즉시 데뷔나 음원 공개처럼 즉각적인 피드백을 주고받는 방식이 아니어서 시청자의 마음을 달구기엔 역부족이다. 앞으로 합숙 생활을 통해 멤버 간의 관계가 어떤 재미를 보여 줄지 더 지켜봐야겠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프로듀스 101’처럼 ‘우리는 꿈을 꾸는 소년들’이란 시청자의 ‘떼창’을 얻어 내긴 어려울 것 같다.

글=진명현. 노트북으로 드라마, 예능, 다큐멘터리 등 장르 불문하고 동영상을 다운로드해 보는 남자. 영화사 '무브먼트' 대표. 애잔함이라는 정서에 취하면 헤어 나오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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