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그럴듯한 구상-문교장관의 대입시개선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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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대학입시는 우수한 두뇌와 실력을 가진 학생들을 선발하여 보다 깊은 학문에 접근시켜 학문자체는 물론 국가발전에 기여하도록 하기 위한 제도다.
따라서 선발고사의 방법은 지원자의 기초적인 실력과 장래성, 수학능력을 얼마나 객관적으로 정확히 알아낼 수 있느냐에 따라 그 구실과 기능을 평가할 수 있다. 그런 뜻에서 문교장관이 모처럼 제시한 새로운 대입학력고사 개혁구상은 관심을 모은다.
20일 문교장관이 밝힌 개혁구상의 내용을 보면 ①학력고사를 2회 이상 치르게 하고 ②대학에 선택과목을 일임하고 과목별 득점가중치 적용권한을 준다는 것으로 돼있다.
우리는 그 동안 대학 입학생의 선발은 궁극적으로 대학자체에 맡겨야 한다는 것을 여러 차례 주장한바 있다. 그리고 이번 문교부의 안이 이러한 궁극적인 방안으로 이행하는 과정으로서 필요하고도 적절한 조치라고 평가하고 싶다.
우선 학력고사를 자금의 1회에서 2회 이상으로 늘리는 것은 학생들의 개별적인 실력과 능력을 테스트하는데 보다 합리적이란 생각이다. 1회성이란 항상 우연성과 요행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것이다. 시험 당일 수험생의 건강상태나 주변여건 또는 환경에 따라 성적이 크게 좌우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이러한 이유로 해서 결과된 불이익을 만회할 기회가 전혀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선발고사의 본래취지에도 합당한 일이 아니다. 적어도 2회 내지 4회의 실력고사를 치르게 함으로써 학생의 평균적인 능력과 실력을 우연과 요행을 배제하여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런 뜻에서 미국이 수 차례의 테스트 결과를 원하는 대학에 복수로 제출한 뒤 대학이 자격을 심사해서 학생에게 입학여부를 묻는 제도를 택하고 있는 점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대학이 선택과목과 과목별 가중치를 정하는 문제는 현재의 선시험·후지원 제도를 선지원·후시험제도와 절충한 형식으로 보아야할 것 같다. 입시고사는 국가가 관리하고 선발기준과 방법은 대학에 일부 재량권을 주는 것이다.
자기가 가고 싶은 대학의 학과를 미리 정해서 발표한 선발기준에 맞추어 수험생이 선택과목을 결정하고 배점이 높은 과목에 치중해서 공부를 해야하기 때문이다. 이는 대학이 필요한 학생의 필요로 하는 과목의 실력을 중점적으로 테스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방안이다.
이러한 대입선발고사 방안은 내년부터 실시될 고사과목의 대폭축소조치와 함께 바람직한 방향을 잡았다고 평가받을만하다. 다만 이러한 개혁안이 또 하나의 혼란을 유발시키지 않기 위해서는 하루속히 최종결정을 내리고, 그 결정에 맞추어 학생들이 목표를 정하고 불안감 없이 입시준비에 정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 절충식 대입선발고사 방안이 역시 과도기적 조치임은 분명하다. 대학입시는 대학자체가 그 대학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스스로 선발하여 교육할 수 있도록 궁극적으로 대학별 본고사가 부활돼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해 둔다. 그것만이 지금까지 겪어온 수년동안의 대입 혼란을 마무리짓는 최종결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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