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훈의 미래의 밥상] 한식 기본 되는 ‘여러 가지 반찬’

중앙일보

입력 2016.07.04 01:09

업데이트 2016.07.04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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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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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인이 가장 즐겨 쓰는 검색엔진인 구글에 접속해 ‘Japanese Food(일본 음식)’라는 영문 키워드로 이미지를 검색해 보자. 검색 결과로 나오는 화면은 초밥 사진들로 가득 차 있다. 이번엔 ‘Chinese Food(중국 음식)’를 검색해 보자. 중국식 볶음국수와 춘권이 쏟아져 나온다. ‘French Food(프랑스 음식)’를 검색하면 마카롱과 크루아상 같은 빵류가 많다. 과연 디저트의 나라답다. ‘Italian Food(이탈리아 음식)’는 역시나 피자와 파스타가 화면을 가득 채운다.

간편식 늘어나며 가정서도 외면
한정식집 가야 먹는 음식 될 수도

이렇듯 구글의 이미지 검색을 통해 각 문화권 음식에 대한 세계인의 인식을 이미지로 엿볼 수 있다. 실제 구글의 이미지 검색 기술은 단순한 키워드 검색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다. 패턴 분석을 통해 사람들이 생각하는 이미지를 찾아내 보여 준다. 알파고를 개발한 곳이 바로 구글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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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영문으로 ‘Korean Food’를 검색하면 무엇이 나올까. 전 세계인은 한식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까. 김치? 비빔밥? 불고기?

하지만 구글 검색 결과가 보여 주는 다양한 이미지에서 특정 음식이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조금만 더 관찰하면 구글 속 한식의 이미지가 무엇인지 어렵지 않게 알아챌 수 있다.

구글은 바로 우리 상차림 그 자체, 즉 반찬의 이미지를 보여 주고 있다. 세계인들이 한국 음식의 전형으로 떠올리는 이미지는 풍성하고 아름답게 상차림 한 반찬인 것이다. 반찬은 우리 음식의 핵심이고 반찬 없는 한식은 한식이 아니다. 다양한 맛과 향을 잘 버무려 균형을 맞추는 우리 전통음식 문화의 꽃이다.

반찬을 매 끼니 만드는 일은 매우 고된 일이다. 맞벌이가 일상화된 1980년대 이후 직접 조리할 시간이 없는 직장 여성을 위해 재래시장과 마트에서 ‘포장 반찬’을 팔기 시작했다. 김치와 장을 사 먹는 게 더 이상 흉이 아니듯 반찬을 사 먹는 것도 더 이상 흉이 아니게 됐다. 반찬은 언제나 식탁에서 우리와 함께해 왔고 언제까지나 함께 있을 것 같았다.

2010년대 중반에 접어들며 가정 간편식이 우리 식탁에 자주 오르고 있다. 가정 간편식은 집에서 한 끼 식사를 간편하게 대체해 먹을 수 있는 음식이다. 볶음밥·짬뽕·죽·냉동피자 등 다양한 형태의 한 끼 음식을 통칭한다. 이들 음식이 우리 식탁 위에 오르면서 반찬이 식탁에서 사라지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간편식은 조리하는 데 5분 내외가 걸리고 그 자체로 완전한 한 그릇 음식이다. 소비자들은 그 간편함에 매료돼 밥상에 반찬을 올릴 필요성도 못 느낀다.

농촌진흥청과 서울대 푸드비즈랩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수도권 800여 가구의 월평균 반찬류 구매액이 2010년 1만2083원에서 2015년에는 3411원으로 크게 감소했다. 반찬을 더 이상 사 먹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갈수록 더 바빠지는 주부들이 직접 반찬을 만들었을 리도 만무하다.

1인 가구 수가 늘고 외식문화가 일반화되고 간편식이 식탁에 자주 오르면서 가정에서의 반찬 문화는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 7첩 반상, 5첩 반상은 이미 옛 역사책에서나 나오는 얘기가 됐다. 머지않은 미래에 반찬은 한정식집에나 가야 먹을 수 있는 존재가 될지도 모르겠다. 그때 구글 검색은 한식 이미지로 무엇을 보여 줄까.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푸드비즈랩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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