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다발로 수법 극렬화|민정당 연수원 점거로 본 학생시위 양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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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8일 상오 서울 시내 14개 대학생들의 민정당 정치연수원 점거사태는 외견상 최근 들어 잇따르고 있는 공공기관 점거사태의 하나로 보이나 학생들이 게릴라식으로 양동작전(?)을 펴며 공공기관을 기습 점거한 뒤 방화까지 서슴지 않는 등 그 수법이 점차 극렬해지고 있는 것이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2학기 들어 시위 회수 및 동조 가담 학생들의 숫자는 1학기보다 현저히 줄었는데도 수법이 이처럼 동시다발형 게릴라식으로 바뀌고 있는데 문제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
◇양상변화=경찰에 따르면 2학기 들어 지난 13일까지 일어난 학생시위는 모두 5백32건에 9만4천28명이 가담한 것으로 돼있다.
이는 지난 1학기의 같은 기간(3윌1일∼5월13일)의 7백12건 19만4천28명보다 시위 회수에서 1백80건, 가담 인원에서 9만9천2백96명이 줄어든 숫자.
경찰은 이처럼 시위가 줄어든 이유로 지난 6월 29일의 대학 일제 수색을 시작으로 전학련 및 삼민투 간부 등 시위 주동자의 대대적인 검거선풍 이후 시위 주동자가 거의 없어졌기 때문으로 보고 최근까지도 2학기 학원사태를 낙관했었다. 그러던 중 경찰로서는 공공기관 연쇄점거라는 뜻밖의 복병을 만난 셈이다.
지난 5월23일 미문화원 점거사태 이후 뜸했던 공공기관 점거사태는 9월 3일의 신민당 종로 지구당 점거를 거쳐 지난 4일의 새마을 운동 중앙본부, 같은 날의 미 상공회의소, 11일의 민정당 정치연수원, 15일의 노동부 장관 부속실 점거 등 꼬리를 물고 있다.
시기적으로 이 달 들어 서울에서만 5건. 특히 민정당 정치연수원은 지난 11일에 이어 두 번씩이나 점거되는 사태를 빚고 있다.
경찰은 이 같은 연쇄 점거사태를 조직적인 시위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일부 학생들에 의한 「사회의 관심을 끌기 위한 수단」으로 분석하고 있다.
학생시위가 좌경 과격파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는 사실이 일반 국민들에게 인식됨으로써 자신들에 대한 동조세력이 줄어들어 더욱 고립돼 가는 데 대한 반작용으로 해석된다.
특히 수배 중인 학생들이 스스로 은신생활이 한계점에 이르렀기 때문에 극단적인 방법으로 소수의 동조자들을 규합 선동, 공공기관 점거라는 수단을 통해 「신변을 정리」하고 있다는 것이 경찰의 분석이다.
경찰은 최근의 이 같은 학생시위를 적군파 식 게릴라 수법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배후세력=경찰 관계자는 최근의 사태가 학생시위를 배후에서 조종하다가 9월 6일 허인회 군이 검거됨으로써 와해됐던 전학련 및 그 산하 삼민투 조직이 최근에 재정비된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전학련과 삼민투는 각각 의장인 김민석 군과 위원장 허인회 군이 검거된 후 조직이 와해됐었으나 지난 10월 26일 조직이 재정비됨으로써 이 달 들어 시위 양상이 극렬해졌다는 것이다.
새로 선출된 전학련 의장은 성대의 오수진 군이며 삼민투 위원장은 연대의 정태근 군. 이들은 모두 경찰의 수배를 받고 있으나 도피 중인 이들이 배후에서 공공기관 점거사태를 조종하고 있는 것으로 경찰은 보고있다.
그 이유는 전학련과 삼민투 재건 이후 학생들의 점거·농성사태가 잇따르고 있으며 주모자들이 자신의 소속 단체를 전학련 산하로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대책=경찰은 이들이 체제 전면 부정의 궁극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근로자들과의 연계작업을 추진 중이며 이를 위해 근로자의 의식화 작업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수배 중인 학생들이 조직을 재정비할 수 없도록 검거체제를 강화하는 한편, 기습 대상이 될 우려가 있는 각 공공기관에 대한 경계를 강화하고 있으나 경찰 자체 내에서 정보 부재라는 비판도 없지 않다.
이와 관련, 경찰은 18일 상오 민정당·KBS·MBC·농협 등 주요시설 경비 관계자와 외무부·상공부·노동청 등의 관계자 회의를 소집, 신속한 신고체제 구축과 자체경비 강화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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