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4) 고혈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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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어떤 병의 원인을 알고 그 원인을 제거할수 있는 것이라면 그병도 고칠수 있는 병이 된다. 그러나 불행히도 전체 고혈압 환자의 90%이상을 차지하는 소위 본태성 고혈압은 확실한 원인을 아직 모르고 있다.
원인을 모르므로 치료법이란 것도 결국 일반적 요법 또는 약물요법으로 혈압을 계속 낮추는 것뿐이다.
고혈압 약을 먹은후 혈압이 떨어졌으므로 약을 그만 먹어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그것은 약을 계속 먹고있기 때문에 혈압이 안정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기 때문이다. 소수이기는 하나 일부환자는 고혈압치료를 중지해도 정상혈압이 계속 유지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모든 환자가 그런 행운을 기대할 수는 없다. 대다수의 경우 혈압치료를 중단하면 바로 또는 슬금슬금 혈압이 다시 올라가 결국 그전 혈압으로까지 올라가기 때문이다.
약이란 부작용이 있게 마련인데 이렇게 오랫동안 계속 써도 괜찮은가 하는 질문을 받을 때가 많다. 물론 부작용이 없는 약이란 많지 않다. 더구나 고혈압치료제는 정도의 차이가 있긴하나 어느 정도의 부작용은 피하기가 어렵다. 그렇다고 약물요법을 포기해야된다는 이야기는 결코 아니다. 무서운 적을 물리치기 위해 약간의 부작용은 감수할수 있는 것이다.
의사는 심한 고혈압을 치료할때 부작용이 좀 많더라도 강한 약을 처방하며 경한 고혈압을 치료할 때는 부작용이 적은 순한 약을 처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혈압약을 쓰기 시작하여 혈압이 떨어지면 몸도 노곤하고 기운이 없어지는 등 전에 없던 증상이 생길 수가 있다. 그래서 오히려 고혈압일 때가 더 편했다고 느껴질 때가 많다. 그러나 이러한 증상들은 약의 부작용 때문이 아니라 혈압이 떨어진것 때문일수 있으며 얼마동안만 참으면 새로운 혈압에 적응이 되어 일상생할에 아무 불편이 없게 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면 치료받기가 쉬워진다.
일상생활에 지장이 심할 정도로 투약후의 증상이 심하면 처방해준 사람과 의논하여 다른 약으로 바꾸어보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다.
고혈압치료제로 이용되고 있는 약의 종류는 수십가지나 된다. 이러한 약들은 작용하는 기전, 치료효과 및 부작용이 서로 다르다. 따라서 특정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혈압약을 선택하는 것이 고헐압치료에서 아주 중요하다. 다른 사람에게 효과가 있었다고 자기도 한번 사용해본다는 식의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앞으로 의학이 발전하여 본태성 고혈압에 대한 근본적인 치료법이 개발되면 일시적인 치료로 고혈압을 완치할수 있는 날이 올수 있을 것이다. 그때까지는 불편하고 귀찮더라도 과학적으로 그 효과가 증명되어 있는 현재의 치료법을 따를 수밖에 없다.
서정돈 <서울대의대·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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