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방위적인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롯데그룹의 신동빈(61) 회장이 3일 귀국했다. 지난달 10일 검찰이 그룹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작한지 약 23일 만이다. 입국장에서 기자들과 만난 신 회장은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면서 “검찰 수사에 성실히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지난달 7일 멕시코 칸쿤에서 열린 국제스키연맹 총회에 대한스키협회장 자격으로 참석하기 위해 출국한 뒤 롯데케미칼의 미국 공장 기공식,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 등을 마치고 이날 귀국했다.
3일 12시 21분 일본 도쿄 하네다공항에서 대한항공 KE2708편을 탄 신 회장은 오후 2시 24분 김포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지난해 8월 3일 형 신동주(62)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과의 경영권 분쟁 당시 주주총회에서 완승한 직후 탔던 비행기와 같은 편이다.
신 회장은 누나인 신영자(74)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의 10억원 수수 혐의에 대해서는 “(사전에) 몰랐다”고 답했다. 신영자 이사장은 롯데면세점 입점 대가로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로부터 10억여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 1일 서울중앙지검에서 소환 조사를 받았다. 신 회장은 서울아산병원에 미열 증상으로 입원 중인 아버지 신격호(95) 총괄회장을 찾아갈 것이냐는 질문에는 “생각해 보겠다”고 답했다.
신 회장은 4일 오전 8시 30분쯤 서울 소공동 롯데그룹 집무실로 출근해 밀린 현안을 보고받는 한편, 다가올 검찰 수사에 대비할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롯데그룹의 전면적인 수사가 신 회장을 정조준하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라며 “금명간 소환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신 회장은 ▶중국 사업에서 수조원대 손실로 배임 및 비자금 조성 ▶해외 인수합병(M&A) 과정에서 횡령·배임 ▶한국 롯데케미칼 사업 진행 때 일본 롯데물산을 중간에 끼고 거래하면서 ‘통행세’ 횡령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김포공항 입국장에는 기자 100여명과 시민 100여명, 보디가드 등 롯데 직원 30여명, 경찰특공대 20여명이 몰렸다.
이하는 신 회장과의 일문일답.
- 검찰 수사에 대한 입장은.
-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게 생각한다. (검찰 조사에) 성실히 협조하겠다.”
- 형 신동주 전 부회장이 경영권 분쟁에서 승리할 때까지 계속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 신 회장 해임안을 상정하겠다는 ‘무한 주총’ 입장을 천명했는데.
- “문제 없다고 생각한다.”
-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의 병실을 찾아갈 것인가.
- “생각해 보겠다.”
- 누나 신영자 이사장의 비자금 수수혐의를 알았나. 검찰 수사를 미리 알았나.
- “몰랐다.”
김포국제공항=이현택 기자 mdfh@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