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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집 제대로 알기

조인스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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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전원속의 내집기자]

흙집은 가장 오래된 주거문화다. 우리나라기후와 풍토에 가장 알맞은 집으로 이미 우리 선조가 검증을 해주었다. ‘잘살아 보세’를 외치던 새마을운동이전만 하더라도 주거형태의 90% 이상이 흙집이었다. 어느순간에 변했다. 네모반듯한 콘크리트 아파트가 도심의 대표적인 주거방식으로 자리하고 전원에서조차 서양에서들어온 목조주택, 스틸하우스가 주를 이루고 있다. 안타까운일이다. 디지털시대로 대표되는 편리한 삶의 방식이 옛 살림집인 흙집을 구차하고 불편한 것으로 느끼게만들었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 흙집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중장년층을중심으로 어린 시절, 사립문 열고 들어서면 튼실한 조롱박이 주렁주렁 달려있는 흙내음 물씬 풍기던 초가에대한 향수를 못 잊기 때문이다. 물론 ‘황토방’으로 대표되는 흙의 효능이 하나 둘씩 밝혀지고 있는 것도한 몫 했으리라. 흙집의 현대화가 시도되고 있다. 한 때열풍을 타고 황토자재 및 건축업체가 우후죽순처럼 생겼지만 오래가지를 못했다. 이유는 분명하다. 주거문화에는 그 시대의 생활상이 반영되어야 하는데, 그저 예전 것을흉내 내기에 급급했고, 건강만을 내세운 상업성만이 앞섰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일부 연구소와 건축업체를 중심으로 흙집의 전통을 고수하면서도현대화를 위한 계승의 시도가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노력으로 흙집이 생태환경을 고려한 대안건축으로부상하고 있는 것은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다. 그 현주소를 조명해 본다.

황토(黃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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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황토’라고 통용되고 있는데, 이는 ‘붉고 차진 흙’, 즉 ‘진흙’을 지칭하는 것이다.

사전적인 의미에서는 ‘누렇고 거무스름한 흙으로 집을 짓는 재료’를 말하고공학적인 정의로는 지름 0.01~0.05㎜의 점토보다는 거칠고 모래보다는 고운 흙으로 탄산칼슘에 의해비교적 느슨하게 교결(交結)되어 있는 퇴적물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흔히 사용하는 황토라는 용어는 일반적으로 암석이풍화되어 지표 근처에 만들어진 황색 내지 황갈색을 띤 토양을 말하고, 바람에 의해 운반되어 오랫동안쌓인 황토가 지표에서 토양으로 된 것도 있다.

▷ 우리나라의 황토 한 숟갈 분량에는 약 2억 마리의 미생물이 들어 있고 미네랄이 500배 이상 풍부하여 주거생활 뿐 아니라 식생활, 건강 요법 등에서 다양한 효능을 낸다.

▷ 황토의 미립자 사이의 무수한 빈 공간이 불순물과 오염물질을 흡착 분해하고, 상온에서 생체 세포를 활성화시켜 현대병을 예방하고 오장(五臟)을 안정시키는 원적외선을 많이 방출하고 있다.

▷ 적조현상이 생긴 바다에 황토를 뿌리면 인 성분(적조를 일으키는 조류의 먹이)을 흡착해서 가라앉는 것이 확인되었다. 또한 크롬, 구리, 납등 중금속의 제거율이 매우 높다는 사실도 증명되었다.

▷ 넓게 보면 인류문화의 발생과 발전도 황토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황토의 주요 분포지역은 북위 22도에서 55도 사이에 위치하는데, 세계 문명의 발상지인 인더스, 황하, 메소포타미아, 이집트등이 이 지역에 포함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세계 평균을 훨씬 웃도는35%의 토양이 황토로 이루어져 있다.

사료(史料)에서 찾아 본 흙의 효능

산해경(山海經), 본초강목(本草綱目), 향약집성방(鄕藥集成方), 제민요술(齊民要術), 산림경제(山林經濟) 등에는옴이나 종기 등을 치료하는데 황토 요법을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고, 아궁이 속의 흙은 복룡간(伏龍肝)으로 습종, 부종, 대하, 해수, 토혈, 악조(입덧), 중풍 같은병에 약으로 쓰였다. 또한 상사병(相思病)을 앓고 있는 사람에게는 황토를 은단처럼 만들어 먹였다고 한다. 복어를먹고 죽어 가는 사람을 오동잎ㆍ비파잎ㆍ뽕잎ㆍ박하잎 등을 바닥에 깐 뒤 여기에 눕히고 황토로 몸을 덮어 하룻밤을 지내게 하면 치료가 되었다고 한다. 온몸에 중화상을 입은 사람은 얼굴을 제외한 몸 전체를 땅에 묻고 황토 물(지장수)를 먹이면 화상이 치료됐다.

고려 때 조판된 팔만대장경이 그 정확성과 정교함을 보존하고 있는 것은보관장소인 장경각이 황토로 지은 흙집이기에 습도 조절과 완벽한 통풍 조절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왕실양명술(王室陽明術)에 의하면, 임금의 병을 치료하는 데 황토방이 사용되었다. 황토는 심신을 안정시키는효력이 있어서, 철종 임금이 고향에 두고 온 첫사랑을 못잊어 상사병에 시달릴 때 황토방에서 요양했다는기록도 있다.

흙집의 주거환경특성

- 온도환경과 항온성

목조심벽집의 실내 온도 변화를 관측한 결과, 실외의 일교차는 2℃에서 21℃까지변화하는데 내부 온도의 일교차가 여름철에는 3℃이하, 겨울철에는 5℃이하로, 흙집은 외기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고 일일 기온차가작아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는 항온 효과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스티로폼을 단열재로 사용하고 적벽돌과시멘트벽돌을 함께 쓴 슬래브집의 경우도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효과는 있다.

- 여러가지 재료의 열전도율

재료

열전도율(k), W/m K

콘크리트

1.628

흙벽

0.204

흙(자연상태)

0.580

적벽돌

0.616

삼나무

0.099

유리섬유

0.044

단열재 스티로폼

0.037


- 음환경과 청음성

주택 내부에서 요구되는 음향적 성능으로는, ▶주변에 피해를 주지 않고 자유롭게 원하는 음을 발생시킬 수 있는 성능 ▶듣고 싶은 음이 잘 들리는 성능 ▶듣고싶지 않은 음이 들리지 않는 성능 등을 들 수 있다.

실제적으로 콘크리트조주택의 차음성능이 더 높음에도 불구하고 외부로부터전달되는 음에 대한 만족도가 목조심벽집과 목조주택의 경우가 더 높다. 흙집은 가청역(15Hz~20kHz)인 기계소리는 투과 손실율이 높은 반면 초음파역(20~30kHz)인자연소리는 투과 손실율이 작다. 그런데 악기소리의 경우 집 밖으로 나가는 투과 손실율이 커서 주변에피해를 주지 않고 음을 발생시킬 수 있으므로 소음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 그리고 목재, 흙 등의 건축재료 들은 흡음 성능이 높아서 실내에서의 잔향시간이 짧다. 음(소리)이 콘크리트 소재나 철 소재 등을 통과할 때는 변조가 되는 반면에나무와 흙을 통과할 때는 변조가 되지 않으므로 흙집에서는 본래 소리를 그대로 들을 수 있어 음향의 청음성이 좋다.

- 습도환경과 항습성

흙과 목재는 대기 중의 습도에 따라서 수분을 흡습하거나 방습하는 성질을갖고 있다. 따라서, 실내에 흙과 목재가 많이 노출될수록외기의 습도변화에 대한 실내의 습도변동이 줄어든다. 이러한 습도조절 효과는 흙벽과 목재의 두께가 두꺼울수록더욱 크게 나타난다.

목조심벽집에서 7월~12월까지 습도 변화를 관찰한 결과, 실외의 일교차는 3%~69%까지인데, 여름철에12%이하, 겨울철에도 12%이하로 항습 효과가있다. 그리고, 실내의 쾌적 습도 60%에서 여름에는 10%정도 높게,겨울에는 10%정도 낮게 유지되었다. 슬래브집은단열재를 사용하고, 알루미늄 창틀 설치 등으로 밀폐되어 내부에서 일상생활 중에 발생되는 수분의 배출이어려워 환기를 한 상태에서도 습도의 일교차가 커서 습도조절 효과가 없다.

- 환기환경과 정화성

주택내의 공기 환경은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친다. 열 효율을 높이기 위해 알루미늄새시나 시스템 창호를 이용하면 단열과 밀폐가 잘 되어서 주택 알레르기 현상이일어날 확률이 높아진다. 목조주택은 1시간에 3번은 안팎의 공기가 바뀌고, 흙집은 1시간에 5번, 단열재를쓴 집은 2~3시간에 1회 정도 환기가 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흙과 목재 재료는 미립자 공기층이 층층이 형성되어 있어 단열성이 있으면서 통기성이 좋아 실내공기가 탁해져서 밀도가 높아지면 흙벽의 공기층에 머물면서 바깥으로 이동하게 되어 환기가 스스로 이루어진다. 실외의혼탁한 공기는 흙벽의 필터 효과로 전화되어 실내로 공급된다. 주택의 실내에 CO2 농도를 높여 시간 경과에 따른 변화를 측정한 결과 슬래브집보다는 목조심벽집에서 초기에 빨리 감소하였고, 흙벽이 두꺼울수록 초기에 감소되는 효과가 크게 나타났다. <충북대학교리신호 교수의 ‘흙집의 환경생태성’ 논문 참조>

제공 : 월간 <전원속의 내집>www.uujj.co.kr

취재 : 편집부

사진 : 변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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